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공많은 부동산대책 '산'으로 갈라

며칠 새 잠잠하던 여권 핵심 인사의 부동산 대책 발언이 또다시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경기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느닷없이 토지공개념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도 20년 가까이 실체를 만들지 않다 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종합대책을 중앙정부가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술 더 떠 대선 경선 때 공약으로 내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토지공개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에 대한 개인의 재산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보유세 강화와 주택거래허가제·개발이익환수제 등 규제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도입의 타당성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논란거리를 불쑥 내던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제도는 개념 정립과 정책 대상, 수단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혼선과 정책 불신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대표의 발언이 당정 간 조율된 것인지, 단순 사견인지를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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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난주 초까지 당정청에서 각양각색의 대책을 거론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오죽하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당정이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유념하라”고 경고까지 했겠는가. 정책 발표에 앞서 당정 간 치열한 토론과 협의를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조율되지 않은 주장이나 요구가 여과 없이 쏟아지는 것은 혼란만 부채질할 뿐이다.

이번 대책은 금융과 세제·택지개발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망라한다고 한다. 그럴수록 정교한 정책조합(policy mix)이 긴요하다. 당장의 약발뿐만 아니라 부작용까지 치밀하게 검토하고 국회 통과 여부도 사전에 염두에 둬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대책의 컨트롤타워로 경제부총리를 삼는 연유다. 여당의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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