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과 계속된 소비심리 위축으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유통·통신주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 경제에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고용쇼크’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대표 내수주인 이들이 바닥을 치고 상승 채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3·4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다.
13일 유통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5% 오른 441.22를 기록해 코스피 전 업종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롯데쇼핑(6.15%), 신세계(5.79%), 이마트(2.03%), 현대백화점(1.13%) 등 주요 유통 종목들 모두 강세였다. 지난 5월부터 내리막을 걷던 유통업 지수는 이달 들어 2.67% 상승 반전했다.
통신업 지수도 이날 1.11% 상승하며 6월부터 이어져온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LG유플러스는 장중 1만7,4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다시 썼고 SK텔레콤(0.73%) 역시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내수주의 반등이 반가운 이유는 최저임금 여파에 8월 취업자 증가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00명에 그치는 등 지갑을 열기 두렵게 만드는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부정적인 국내 경기지표들로부터 오는 우려가 유통 업종 전반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내수주의 반등은 연말로 갈수록 소비심리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2,700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유통주와 통신주는 380억원, 260억원씩 순매수했다.
최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해제로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면세점·화장품 외에 백화점주로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주 연구원은 “최근 대부분의 오프라인 채널들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백화점은 선방하고 있다”며 “특히 백화점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액은 전체 산업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두자릿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대목’을 앞둔 것도 호재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말 백화점·대형마트 등은 추석 선물, 음식료 수요 덕에 매출 성장률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주는 내수 반등에 대한 기대에다 ‘5G 모멘텀’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드라이브에 막혔던 통신주는 6월 말부터 16% 이상 올랐다. 이르면 올해 말 통신 3사의 5G 전파 송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모뎀 형태지만 수도권에서 5G 전파가 송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5G 조기 상용화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주는 높은 배당수익률 덕에 외국인 매수세도 강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3.88%, LG유플러스는 2.8%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은 LG유플러스를 3,600억원, SK텔레콤을 2,090억원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