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술기업 인수를 위한 ‘차이나 머니’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들이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음에도 중국의 대외직접투자(ODI) 규모는 2016년 1,961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246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률회사 데커트의 제러미 주커는 “이러한 경향은 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투자에 대한 각국의 경계심이 표현된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이러한 경향이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중국이 자국의 첨단 기술기업을 인수한 후 해당 기업의 기술을 군사 부문에 응용하거나, 인수한 기업을 이용해 민감한 데이터를 빼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정부 주도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내놓으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중국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은 올해 들어 총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자본의 투자 제안을 퇴짜 놨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항공(HNA) 그룹의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캐피탈 인수, 중국 투자회사의 반도체 장비업체 엑세라 인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등이 모두 국가안보를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기에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해 앞으로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독일 정부는 중국 기업 옌타이 타이하이의 독일 기계장비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고, 옌타이 타이하이는 결국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독일 정부는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이 생산하는 원자력 분야 고강도 재료가 옌타이 타이하이를 통해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독일이 이처럼 외국 자본을 거부한 것은 처음으로, 독일 선례는 유럽 각국에 전염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5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대형 건설업체 에이컨(Aecon) 그룹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에 매각하기로 한 15억 캐나다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불허했다.
영국도 지난 7월 ‘국가안보 및 투자 백서’를 발표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에서 해외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정부가 불허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SCMP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자본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전처럼 쉽게 중국 자본의 진출을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