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챠넬인가 리넬인가 모르겄네. 이 화장품은 비싸서 손녀가 사줘 가지고 조금씩밖에 안 쓰는 거여!”
유튜브에 8분 분량으로 올라온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이라는 동영상에서 한 할머니가 샤넬 화장품을 바르며 이렇게 말한다. 이후 아이브로를 눈썹에 문지르면서 그녀는 “눈썹 짝짝이죠. 시방 엉망인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화장하셔요”라고 태연하게 방송을 진행한다. 정작 그러다가 “근데 (이 눈썹 그린 건) 완전 짝짝이여 어찌하쓰까. 어휴 스트레스 받으려고 혀”라며 금방 아쉽다는 듯 푸념한다.
바로 실버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72)씨다.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한 박씨는 구수하면서도 친근한 말투로 인기몰이를 하며 2년도 채 안 돼 구독자 수 56만명을 돌파했다. 이후에는 각종 광고에 출연하고 CJ ENM이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인 다이아TV에도 들어갔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았고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 초청받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체험을 마치고 손녀 유라씨가 소감을 묻자 박 할머니는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면 난 결혼 안 하고 기계하고 살란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박씨처럼 노년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바리스타, 사회적 기업 등에 뛰어드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한 관계자는 “요즘 바리스타나 캘리그래피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는 어르신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일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데 있다. 중장년 재취업 교육을 진행하는 협동조합인 앙코르브라보노의 노정구(66) 이사장도 대표적인 사례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본부장을 지낸 ‘금융통’으로 스스로를 ‘시장 경제에 익숙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럼에도 그가 사회적 기업에 진출한 것은 ‘미지의 영역’이던 시민사회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싶어서였다. 노 이사장은 “금융 시장에서 일할 때만 해도 시민사회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과거 경력을 활용해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금융상담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를 위해 전직지원 전문가 과정, 커리어 컨설턴트 등 재취업 관련 교육과정을 1,000시간 이상 이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난 배경에는 자식 뒷바라지에 청춘을 보낸 장년층이 늦기 전에 자신의 온전한 삶을 찾아 나서려는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나전성기재단과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 6월 만 50세 이상 만 65세 미만 1,0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9%가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한 대상으로 꼽았으며 전체의 30.5%가 앞으로 새로운 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