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한 달 가까이 비행정지 조치를 내린 행위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또한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내국인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3일 아시아나항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비행정지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아시아나 기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회사 규정에 어긋나므로 면도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다. 회사는 A씨의 비행 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행정지 조치는 A씨가 면도를 하고 상사와 만나 “규정을 지켜 수염을 기르지 않겠다”고 말한 뒤에야 풀렸다. 29일에 걸친 이 과정 동안 A씨는 비행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12월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재심에서 구제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은 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항공사는 일반 기업보다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를 훨씬 폭넓게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한 아시아나항공의 용모규정은 내국인 직원들에게만 적용함으로써 ‘국적’ 기준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평등 원칙을 위배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은 같은 날 회사가 A씨에게 내린 감급(임금 일부를 공제하는 징계) 1개월 처분도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