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금, 제대로 쓰자]나들가게, 지원 받고도 매출 뚝...자영업자에 '산소호흡기' 달아준 꼴

과밀해소 근본대책은 뒷전

EITC 등 대증요법만 난무




지난해 82억5,100만원이 들어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나들가게 육성사업’. 동네 슈퍼를 키우겠다는 사업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원받은 곳의 폐업률이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사업을 추진한 경기 부천시는 사업 직전 연도인 2014년과 비교해 41개(-18.1%) 점포가 감소했고 제주시는 14개(-9.5%) 점포가 줄었다. 2016년부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북 전주시의 경우는 2015년과 비교해 7개 점포(-2.9%)가 줄고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충남 천안시는 13개(-11.5%), 전북 정읍시는 9개(-12.9%)가 감소했다. 사실상 나랏돈이 들어갔음에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음식점 수는 인구 1,000명당 10.8개로 미국(0.6개)보다 월등히 높다. 편의점 역시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30년 만에 4만개를 넘었다.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편의점 수가 5만5,000개라는 점과 비교하면 심각한 포화상태다. 은퇴자나 자영업 희망자들이 창업이 쉬운 식당이나 소매업에 몰리면서 자영업 과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임대료 상승과 부진한 경기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016년 77.8%에서 지난해 87.9%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고꾸라지고 있고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대비 3,000명에 그칠 정도로 고용대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가 15만8,000명이나 줄어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최악이라는 점도 업황 악화의 주요 요인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투입만 강조하고 있다. 8월에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통해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확대, 근로장려금(EITC) 지원요건 완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 확대, 사회보험료 지원 등 모두 7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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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산사업은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소진공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아이템을 중심으로 예비창업자를 선발해 이론교육부터 사업자금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사업의 경우 지난해 103억4,000만원이 투입됐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매장 리모델링 비용으로 집행됐다. 지난해 새롭게 지원 대상자가 된 60명에게 총 22억원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매장 리모델링 (11억원·47.9%), 매장 임차료 (7억원·33.5%) 등에 대부분의 예산을 썼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시제품 개발이나 브랜드 개발 등 준비된 창업과 혁신역량을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보다는 주로 매장 인테리어 비용에 지출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분석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년 발행액을 늘리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 사업의 경우는 무리하게 예산 규모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영업 경쟁력 제고 정책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살아야 자영업자가 산다는 지적도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자영업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의 경우 빚이라도 갚을 수 있도록 질서 있는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준비된 자영업 창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자영업자에 큰 매출 타격을 준 정책의 부작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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