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영수 대표 "사내 현금자산만 700억…10년내 사옥 장만할 것"

이영수 귀뚜라미범양냉방 대표 단독 인터뷰

결재판 없애고 이메일·문자 보고

5년 걸쳐 인사평가 제도 혁신

신용등급 CCC+서 올해 A+로

2011년 이후 무차입 경영 실현

구조조정 없이 재무구조 개선

작년 매출 1,619억으로 뛰어

귀뚜라미범양냉방 이영수 대표이사귀뚜라미범양냉방 이영수 대표이사



1963년 설립된 귀뚜라미범양냉방은 1967년 스탠드 에어컨을 생산한 이후 시스템 에어컨, 냉동기, 공조기 등 국산화에 성공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8년 모기업인 범양상선의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다. 2002년 가야산업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가 2006년 다시 귀뚜라미로 인수됐다. 당시 매출은 920억원, 신용등급은 ‘CCC+’였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다고 평가받는 등급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올해 신용등급은 ‘A+’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11년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모두 갚은 후 현재까지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700억원에 달해 이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중요한 경영 전략이 됐을 정도다. 화제의 주인공은 냉방공조 전문기업 귀뚜라미범양냉방이다.

이영수(60·사진) 귀뚜라미범양냉방 대표는 17일 서울 공항대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범양냉방이 어려움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의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후 “고객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품질 혁신을 제1의 과제로 선정해 최첨단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인적자원의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절감을 실현하는 등 ‘신품질 경영시스템’ 구축에 전 직원이 매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대표이사에 올라 귀뚜라미범양냉방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이 대표는 “가장 먼저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우선 회사 내에 결재판부터 없앴습니다. 모든 보고는 이메일과 문자로만 받고 지침 또한 이메일로 내렸어요.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해당 임직원을 불러 직접 물어봤습니다.”

덕분에 불필요한 회의로 낭비되는 시간도 확 줄였다. 그는 “직원들이 통상 출근 시간이 8시 30분인데 모든 회의를 9시 전에 끝내도록 했다”며 “서로 다른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야 하는 회의는 아예 없앴고 굳이 필요하면 화상 회의로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이 대표가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부분은 인사제도 혁신이다. 그는 “저성과자들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조직이고 회사지만, 모두가 동일한 보상을 받는다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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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철학에 발맞춰 대대적인 인사평가시스템 개편이 이뤄졌다. 처음엔 최고 고과자와 최저 고과자의 급여 차이를 5~10%만 뒀다. 평가 툴이 정밀하지 않아 자칫 조직원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기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현재의 평가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무려 5년이 걸렸다. 현재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급여 차이가 최대 30%까지 난다.

귀뚜라미범양냉방 이영수 대표이사귀뚜라미범양냉방 이영수 대표이사


이 대표는 매년 초에 평가 기준을 공표한다. 고평가를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일찌감치 공개해 연말에 실제 평가가 이뤄졌을 때 나올 수 있는 직원들의 불만을 없앴다.

부서 간 의견충돌이 있을 경우 부원을 서로 바꾸거나 조직을 통합시키는 혁신도 단행했다. 연구소에서는 영업력 탓을 하고, 영업부서는 연구소의 제품력 문제를 제기할 경우 연구소장과 영업본부장을 서로 맞바꾸는 식이다. 이 대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전문성이 무너진다고 걱정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대표는 냉혹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난 2006년 92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619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재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인간에 대한 신뢰야말로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는 기자에게 “10년 후에 회사를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그는 “저는 없겠지만, 회사가 번듯한 사옥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자긍심을 위해 사옥을 꼭 장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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