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시각] 유리지갑과 505만채

이혜진 건설부동산부 차장

이혜진차장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한 대가로 연봉이 1,000만원 인상됐을 때와 주택 임대사업으로 연 1,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때 세금의 차이는 얼마일까. 연봉은 소득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이 적용된다. 4,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면 추가 1,000만원에 대해서는 24%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주택 임대소득은 올해까지 연 2,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한 푼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물론 필요경비율 최소 5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이다.

연 2,000만원을 넘는 임대소득은 원칙적으로 종합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국세청에 신청하지 않는 한 월세소득 파악이 사실상 힘들었다. 과세 사각지대에서 탈세에 의한 초과 수익을 올린 집주인들이 수두룩하다.


상가와 집을 비교해보자. 여유자금을 상가에 투자할 경우 월세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돼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된다. 주택 임대소득과는 차이가 크다. 더 극적인 차이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에서 나타난다. 근로소득 혹은 사업소득으로 연 1억원씩 3년간 3억원을 벌었다면 구간별로 6~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같은 기간 아파트를 사 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면 1주택자의 경우 세금이 0원이다.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일부 양도세를 매기기는 한다. 7억원에 산 집을 10억원에 팔아 3억원의 수익을 올려도 양도세는 3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만 충족되면 집을 팔고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되는 집을 찾아 나설 유인이 크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관련기사



월세 수익률이 고작 3%도 안 되는 서울 강남의 꼬마 빌딩은 살 사람은 줄을 섰는데 매물이 없어 못 산다고 한다.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획기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땅에서 창출될 부가가치란 빤하다. 그런데도 자산가들이 몰리는 이유는 상속증여 절세의 목적이 크다는 것이 세무사의 설명이다. 보유세는 얼마 안 되고 증여·상속의 과세표준은 낮아 현금이나 주식에 비해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 특히 주택 투자로 올린 소득에 대해 과세가 느슨했다. 세입자 전가, 조세저항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 보유자들이 ‘유리알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에 비해 느슨한 부동산소득 과세 시스템 속에서 초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이어졌다. 이러니 세 부담 비교우위에 있는 주택 (혹은 부동산) 투자를 누가 안 하고 싶겠는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형편껏(?) 주택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다. 그나마 정부가 주택임대차 시스템을 구축해 임대소득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505만채를 파악하고 엄정과세 방침을 밝혔다. 물론 서민 세입자를 고려해 고액의 임대료 탈루 감시가 우선돼야 할 터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부동산, 특히 주택 임대소득을 비껴간다면 투기 열기를 잠재우기 힘들 것이다.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