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미니 신도시

3당 합당으로 대권을 쥔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6공화국 노태우 정부와는 어떻게든 차별화하고 싶었다. 앞선 군사정부와의 차이점을 부각하려고 스스로를 문민정부로 불렀다. 하나회 척결과 역사 바로 세우기 등 정치·사회·문화 등의 여러 영역에서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경제정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택정책에서 도드라졌다. 반(反) 신도시정책이다. YS의 신도시 거부감은 유별났다. 청와대 참모와 정부 관료 사이에서는 신도시의 ‘신’자조차 입에 올리지 못했다. YS는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군사독재의 잔재로 인식했다고 한다. 군정 종식을 자랑삼는 문민정부로서는 도무지 계승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문제는 수도권 주택난.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채 70%를 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신경제 5개년계획’상 주택 건설 규모는 연간 50만가구를 웃돌지만 분당과 일산 수준은커녕 100만평 이상의 ‘신도시급’ 개발조차 봉쇄되면서 주택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난개발의 온상이 된 준농림지 아파트 건립이 허용된 것이 이때부터다. 가용택지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마구잡이식 개발의 상처가 남아 있다.


이뿐이 아니다. 자투리 개발로는 택지 확보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와도 배치된다. 개발 면적이 작을수록 교통망과 생활 편의시설 등의 확보가 여의치 않기 마련이다. 그나마 공공 개발 택지 가운데 교통망 확보와 최소한의 자족 기능이 가미된 중형 규모의 택지 개발 예정지를 언론은 편의상 ‘미니 신도시’라고 표현하고는 했다. 대략 개발 규모 30만~100만평 수준이다. 당시의 주택공급 부족 우려는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의 정부 때 잠복해 있다 결국 참여정부 시절 표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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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30만가구를 지을 수도권 택지 개발 예정지를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단연 관심사는 서울과 그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포함 여부다. 한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난색을 보여 정부가 의도하는 서울 대체 미니 신도시의 구상이 순조로울지 모르겠다. 정부는 한 번에 일괄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공공 택지 개발은 5~10년 뒤를 내다보고 청사진을 짜야 하건만 어쩐지 급조되고 어설픈 느낌이 든다. 공급 확대책이 미덥지 않은 까닭은 그래서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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