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상대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연소 총리에 이어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이번 승리로 장기집권 기반이 공고해진 아베 총리는 최우선과제로 제시했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6년간의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일찌감치 선거 전 판세를 장악했던 만큼 새 재임 기간에도 아베노믹스 기조를 지속하며 각종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 810표 중 553표를 얻어 254표를 획득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꺾고 차기 총재에 선출됐다.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까지다. 현재 중의원 임기도 2021년 10월인 만큼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패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3년간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총 집권기간은 2006년 1차 집권기까지 포함해 총 3,567일로 늘어나 가쓰라 다로(1848~1913년·2,886일)를 누르고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승리를 확정 지은 직후 “전심전력으로 임무를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3연임 확정으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소명으로 내세웠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도 “당원 및 당 소속 국회의원 여러분과 함께 헌법 개정에 매진해나가겠다”고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9조 1항(분쟁해결을 위한 무력사용 포기)과 2항(전력 불보유)을 유지한 채 자위대 근거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자위대 존재의 헌법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미 올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다만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개헌안은 상징적인 큰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대중을 분열시키고 정치적으로도 큰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확대와 통화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선거 기간에 지난 6년간 경제가 호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실제 일본 경제는 6년간 연평균 1.3% 성장했고 이 기간 취업자 수도 251만명이나 늘었다. 다만 여전히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달성이 요원한 상태라 경기부양 기조를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새로운 3년 임기 중 첫해에 ‘평생 현역시대’에 맞는 고용제도를 구축하고 이듬해부터 의료·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가을부터 65세 이상으로 고용 가능 연령을 확대하고 70세 이후로 연금수급 개시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신흥국 위기 등 일본 밖 경제상황도 새 임기를 맞는 아베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당장 다음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일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트럼프 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 등을 무기로 일본에 대미 무역흑자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 690억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수년간의 금융완화 정책과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비용 상승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갔던 세계 경제상황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신흥국 경기침체가 미국의 통화긴축 보류로 이어질 경우 엔화강세로 일본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토 소타 고쿠사이대 교수는 “지난 6년간 아베 정부는 미국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등 세계 경제환경의 덕을 봤다”며 “경제 성장세가 멈출 경우 아베 총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