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손가락 하트' 하며 “나는 모양이 안 나옵니다”

김의겸 靑대변인이 전한 정상회담 뒷얘기

文-金 삼지연다리 산책 본 리설주 "도보다리 생각나"

서훈·정의용·기업인, 김정은에 돌아가며 작별주 권해

文, 北에 54시간 머물고…김정은과 17시간5분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가락 하트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나는 모양이 안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백두산 방문 기념촬영 때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 뒷얘기를 취재진에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김 위원장 부부는 20일 오전 백두산을 방문해 한국 측 특별수행단의 요청으로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두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자 리설주 여사는 그 하트를 손으로 받치는 포즈를 취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포즈를 취하기 전 김 대변인에게 다가와 “이거(손가락 하트)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김 대변인이 방법을 알려주자 “나는 모양이 안 나옵니다”고 말했다. 이를 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모습을 남쪽 사람들이 보면 놀라워할 것”이라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장군봉 정상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는 한 대에 네 명씩이 탑승했다. 남북정상 내외는 첫 케이블카에 탔다. 김 대변인은 “저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함께 탔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케이블카 안에서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사상이 발견됐다. 옛날 왕들이 나라의 국태민안을 빌 때 사용하던 제사상이다. 그러니 예전부터 천지에 올라와 제사를 지냈다는 뜻”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또 “오늘 두 분 정상도 같이 올라오셨으니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면서 북한 조기천 시인의 장편서사시 ‘백두산’을 읊어줬다.

천지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고 김 위원장이 “저기 흰 말뚝이 보이시죠. 거기부터 시작해 안 보이는 저 왼쪽, 서쪽이 국경선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와 리 여사는 팔짱을 끼고서 이동했다.


특별수행단 가운데 한완상 교수는 천지의 물을 두 손으로 떠 마시며 “내가 이걸 마시러 왔다”고 했고, 백 명예교수는 “두 정상이 위대한 일을 했다. 제재를 하나도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 많은 일을 해내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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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떠나는 길에서는 가수 알리가 진도아리랑을 불렀고, 그 자리에 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진도가 제 고향입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김 대변인은 회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백두산에서 내려와 오찬이 진행됐던 삼지연 초대소에서 “연못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서 점심식사를 대접하더라”라며 “7명의 실내악단이 연주도 했는데, ‘예스터데이’, ‘마이웨이’ 등 대부분 팝송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김 부위원장, 노 인민무력상과 함께 오찬장에 있었는데, 그들은 ‘백두산 아래 첫 동네,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여기’라고 얘기하더라”라며 “들쭉아이스크림, 산나물, 산천어 등도 백두산 근처에서 나온 음식이라고 얘기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오찬 후 두 정상의 삼지연 다리를 산책하던 때에 리 여사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도보다리 걸어가실 때 모습이 연상된다. 그때 너무 멋있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알렸다.

오찬 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관계자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김 위원장에게 작별의 술잔을 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작별주를 전부 마셨느냐’라는 물음에, 김 대변인은 “그때그때 달랐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머문 총 시간은 54시간이며, 이 가운데 김 위원장과 함께한 시간은 17시간 5분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공식 회담은 두 번에 걸쳐 3시간 52분 동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한 식사는 네 번이다. 첫날 환영만찬이 4시간, 둘째날 옥류관 오찬이 1시간 30분, 둘째날 만찬인 대동강수산시장 만찬은 1시간30분, 마지막날 삼지연 오찬은 2시간 등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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