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가 반가운 가족들을 만날 기대에 찬 사람도 많지만, 고된 가사노동과 장거리 운전 등으로 인한 피로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명절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화병’(火病), ‘대상포진’ 등은 명절 전후 찾아오는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화병은 속이 답답하고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질병이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한국 특유의 문화 등에서 비롯된 일종의 증후군으로 보고 있는데,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의 영문명을 우리 발음대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할 정도다. 화병은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답답함과 무기력, 가슴 두근거림,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명절 전후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명절증후군’도 일종의 화병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화병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명절 전후에 늘어난다. 2016년과 2017년 모두 추석 전후인 9월에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병은 특별한 외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우울증 등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 등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명절 때에 가사노동이 편향되지 않도록 하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도 명절 이후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꼽힌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가사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데다 장거리 운전,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 후에는 근육통 등이 있더라도 연휴 기간 무리한 탓으로 착각해 파스를 붙이고 버텼다가 병을 키우기 쉽다. 대상포진은 가급적 물집이 생긴 후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기 때문에, 평소보다 과로한 후 특정 부위에 가려움, 따끔함, 욱신거림, 화끈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물집 등이 생겼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지난해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환자(71만1,442)를 연령별로 분류하면 50대(25.2%)가 가장 많았고, 60대(20%), 40대(16.3%), 30대(12.1%)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0.9%)이 남성(39.1%)의 약 1.5배로 많았다. 특히 50대 여성 환자는 11만6,960명(16.4%)으로 전 연령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폐경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다른 연령대보다 발병률이 높으므로, 이 연령대 여성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