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추석 연휴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직장인들은 출근할 날이 다가오니 마음 한구석부터 답답함이 몰려올 듯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사무실이 몰려있는 도심 지역 자영업자들은 하루빨리 출근일이 돌아오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대료에 인건비를 다 내려면 한 푼이라도 매출을 더 올려야 하니깐요.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급등했고 내년에도 10%대 인상을 이어가며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내야 하는 수수료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게 월세 납부일 등 말 그대로 ‘산너머산’이죠. 여기에 또 하나 더 큰 부담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바로 은행 원리금 상환일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2018년 9월)’에 따르면 2·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말의 549조2,000억원에서 불과 반년 만에 41조5,000억원이나 늘어났는데요,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4분기 말 3억5,00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4.4%에서 올해 2·4분기 15.6%로 불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상호금융과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 대출이 지난 분기 22.2% 늘어 은행 대출(12.9%)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업종별로는 전체 대출의 40.9%를 부동산업(임대업 포함)이 차지했고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의 순이었습니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이유로 △부동산 투자 수요 확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사업자 대출 수요 증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에 따른 자영업자 창업 급증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은퇴자가 늘며 자영업 창업은 물론 대출까지 증가시킨 것으로 보이는데요, 2014~2017년 업종별 자영업자 창업률, 대출 증가율을 보면 창업률이 높은 업종일수록 대출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2015년 이후 기존 차주보다 신규차주의 대출 기여도가 확대했고 60대 이상 차주 비중이 2014년 말 20.7%에서 올해 2·4분기 말 24.2%로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입니다.
2·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차주 중 소득 상위 30%인 고소득자는 75.1%,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는 72.8%에 달했습니다. 가계대출의 고소득(64.1%), 고신용(69.7%) 차주 비중보다도 높았지요. 국내은행에서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9%로 일반 가계대출(0.25%)보다 소폭 높았으나 중소법인대출 연체율(0.64%)을 밑돌았습니다.
전반적인 건전성은 나쁘지 않지만 자산, 소득과 견준 부채 규모는 확대하고 있고 부채 구조의 취약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규모(LTI)는 2013년 말 167%에서 지난해 말 189%로 뛰어올랐는데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규모(DSR)는 같은 기간 32%에서 42%까지 급증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연간 가처분소득이 100원이라면 42원을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인데요, 상용근로자(28%)나 임시일용직(26%)을 크게 웃돕니다. 영세자영업자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빚을 갚느라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죠.
고금리 가계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도 2014년 말 12조원에서 올 상반기 말 21조3,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4.3%로 확대됐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채무가 많거나 음식숙박·부동산업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영업자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임대료에 인건비, 원리금까지 돈 쓸 곳은 늘어나는 셈인데요, 구조적으로 자영업자의 과잉 현상이 줄어들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