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코스닥 기업 퇴출이 단행되면서 관련 기업 경영진들과 주주 수백여명이 거리로 나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중 일부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상장폐지가 결정된 12개사 중 10개사 대표 등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행 재감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이 충분한 소명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코스닥 상장규정 개정으로 올해부터 외부 회계감사에 도입된 디지털 포렌식(각종 저장매체와 인터넷상의 디지털정보를 분석하는 조사 기법) 때문에 재감사가 늦어지게 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한 회사의 경우 디지털 포렌식에 개선기간 대부분이 소요돼 재감사 착수가 지연됐으나 거래소는 재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해달라는 기업 측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의견거절’을 낸 회계법인이 재감사를 맡도록 하는 현행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감사를 하면 비용이 본감사보다 많게는 수십 배 더 든다. 기업들은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대로 줄 수밖에 없지만 현행 제도상 회계법인이 재감사에서 일방적으로 의견거절을 내거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퇴출 대상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파티게임즈는 보도자료를 내고 “삼정회계법인은 거액의 감사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감사 경력이 부족한 신참들을 대거 투입하고 재감사 현장업무 시에도 회계사들이 인터넷 쇼핑과 서핑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의견거절을 낸 것은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감사”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들 역시 “12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2,500억여원, 주주는 6만여명에 달한다”며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의 갑질과 독단적인 의사결정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만 처벌하고 기업을 살려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