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재철 의원실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의혹을 두고 자유한국당의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며, 심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27일 발표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김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접속했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을 사용해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의 쟁점은 비정상적 접근방식 습득 경위, 비인가 정보습득의 불법성 사전 인지 여부, 불법행위의 계획성·반복성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해당 시스템을 지난 10년 동안 1,400명 이상이 사용해 왔지만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발 이유로 선정했다. 그는 이어서 이 같은 비정상 접근방식이 단순히 클릭 한두 번이 아니라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방법을 최초 습득한 황모 비서관은 이 시스템을 6년 이상 써왔기 때문에 불법성을 인지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법을 알았다면 즉각 재정정보원에 알려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공개되면 국가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기재부, 국세청 등 기재위 소속기관뿐만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국무총리실, 법무부, 헌재·대법원 등 헌법기관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도 포함한 37개 기관의 작년 5월 이후 자료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자료가 유출되면 통일·외교·치안 활동 관련 정보가 노출되고 국가안보전략이 유출될 수 있으며,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동선 등 신변 안전에도 위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김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비인가 접근방법을 습득한 이후인 9월 4∼5일에 ID를 신규 발급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개인이 아닌,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기간이 1∼12월 1년이 아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작년 5월 10일부터라는 점, 특정 기관의 자료만 집중적으로 다운로드한 점에서 의도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김 차관은 “우연히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을 인지하고서도 조직적이고 집중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것이 적법한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시스템 오류 탓에 해당 자료에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오류나 정상 작동 여부 조사는 수사 당국에서 밝힐 사안”이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심 의원이 해당 자료를 반환하지 않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해당 자료를 제 3자에게 공개한 점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구매카드 사용 적정성은 단순 상호로 추정하는 것이 아닌, 세부 내용을 자세하게 봐야 하는데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 등 자료의 외부 유출과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으로, 현직 의원을 기재부가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차관은 “오늘도 심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의혹을 제기했다”며 “해당 내역은 업무추진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사비 등 다른 사용 내역도 있으며, 심야·휴일 사용도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하다면 지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심 의원의 의혹에 반론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7일 정부 부처의 예산 편성·집행·결산과 관련한 자료를 권한을 넘어 내려받고 돌려주지 않는다며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심 의원 보좌진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한국재정정보원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에 심 의원은 18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해당 자료 입수 과정을 시연하며 해킹과 같은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의하며, 기재부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청와대의 단란주점 사용 내역이 있다고 폭로했고, 청와대가 반박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기재부 고발과 압수수색을 ‘야당 탄압’으로 보고 26일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이에 기재부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