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지린성 옌볜에서 북한과 오랜 교역을 하는 지인이 한국을 방문해 만났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몇 달 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옌볜에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남북이 서로 관계가 좋아지니 곧바로 원료자원 확보나 자원개발을 위해 여러 정보를 얻고 투자 상담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사업·관광투자사업·지하자원개발사업이다. 이 중에서 가장 실질적이며 상호경제적 이익이 되는 사업이 지하자원개발이다. 북한은 철광석·아연·텅스텐·니켈·몰리브덴·구리·마그네사이트·흑연·석탄·희토류 등 열 가지 지하자원을 비교적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중 마그네사이트(세계 2위)·희토류(세계 2위 추정)·텅스텐(세계 4위)·흑연(세계 6위)의 매장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북한 경제에서 이 자원들이 차지하는 기여도 역시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와 자본·기술·노동력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북한의 지하자원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한 성장동력임에 틀림없다. 남한으로서도 근거리에서 풍부한 지하자원을 직접 확보해 산업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한다.
북한의 자원개발 투자는 크게 3단계로 접근해야 한다. 1단계는 현재 투자 여건상 여러 제약이 존재하고 광산개발에 따른 인프라 여건이 불안전하며 각종 정보 공유도 제한이 있어 과거에 남북한이 협력하고 논의했던 광물과 광산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다. 2단계는 차츰 광산개발 투자 제도가 가시적으로 변화하고 인프라가 개선돼 산업이 활성화되면 철광석·구리 등 주로 제조업과 각종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등 건설자재 소비가 급증해 관련 광물의 광산 위주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3단계는 남한 기업이 북한에 자유롭게 자본과 기술·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광물별·광산별 경제성이 담보되는 지역 위주로 대규모 광산개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볼 때 북한의 자원개발은 결코 쉽지 않으며 리스크 또한 적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 남한의 자본과 기술의 우위는 단지 북한과 비교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남한의 기업이 세계 유수의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보다 자본과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남한 내 몇 안 되는 광산마저도 현재 외국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석회석 등 일부 광물만 개발할 뿐이다. 해외 광산개발에 있어 우리 기업은 대부분 지분 참여뿐이고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만약 북한의 광산개발을 남한이 운영권을 갖고 한들 전문인력이 없는데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자본 투자 면에서도 남한 기업이 경쟁 기업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일본·호주·캐나다 등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단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과 언어가 통한다는 점 등이 남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그런데 또한 중국과 비교하면 더 이상 강점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언어 또한 조선족을 비롯해 우리말을 구사하는 인력이 굉장히 많다.
지린성 옌볜에는 조선족 중국인 소유의 기업들이 수년 동안 북한의 광산개발을 통해 생산물을 반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 가장 많은 자원개발 경험을 가진 나라다.
지금의 남북 화해 무드가 기회로 이어지려면 사전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북한의 자원개발은 전문인력, 광산장비 현대화, 기술개발 등에 정책적 지원과 철저한 준비 없이는 북한이 문호를 열어준들 성과를 낼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자원개발 관련학과를 둔 대학 등이 협력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남북 화해 무드에 편승한 장밋빛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