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가 파격가를 제시하며 끝장 대결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국내 대형 이동통신 3사가 어부지리로 1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10월 중으로 5G용 장비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며 해당 시장을 겨냥해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거의 반값 수준의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웨이는 국내 5G 장비 수주전에서 선진 업체들 대비 최대 40%가량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맞불을 놓으며 비슷한 수준까지 응찰가를 낮추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텔레콤의 5G 장비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화웨이는 이번 2~3라운드에서도 밀려날 경우 앞으로 국내 시장 재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통신장비는 서비스 안정성을 위해 호환이 쉬운 기존 업체 것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5G 장비만큼은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등 경쟁 업체보다 1개 분기가량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가격경쟁력도 우수하다. 타 업체보다 무려 40%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이동통신 업체들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출혈을 감수하면서 화웨이에 맞서고 있다.
이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LG유플러스가 4세대(4G) 통신장비를 구축할 당시 수도권 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에 화웨이가 이번 5G 입찰에서 LG유플 입찰 물량을 다시 따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현재로서는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4G 시절 KT의 경우 수도권은 삼성전자, 지방은 노키아 등의 장비를 써왔기 때문에 5G 장비를 화웨이 것으로 교체하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고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가 설명했다.
당초 5G 관련 주파수 확보 및 통신 인프라 구축에 이동통신 3사가 부담할 총비용은 24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5G용 주파수가 기존의 4G보다 전파 손실률이 높은 고주파 대역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더 촘촘히 통신기지국 등을 설치해야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음성통화와 데이터 전송이 초고속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5G 이동통신의 경우 기존 세대에 비해 기지국을 3배 이상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이로 인해 앞서 업계에서는 5G 구축과 관련해 SK텔레콤이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KT는 8조원, LG유플러스는 6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롱텀에볼루션(LTE)에 8조원 정도 소요됐고 5G에는 10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끝장 대결 덕분에 대형 이동통신 3사는 활짝 웃게 됐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장비 업체들이 장비 구축가격을 경쟁적으로 낮게 제시하면서 최소 1조원대의 비용이 경감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통사의 초기 5G 투자비용은 장비 업체와의 계약조건에 좌우된다”며 “화웨이가 제시하는 수준으로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었다면 초기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인프라 구축 비용이 절감된다고 해도 여전히 5G와 관련한 총투자금액은 만만치 않다. 이통사들은 이 같은 부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 대거 비용을 떠안기보다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5G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수도권 등 인구 밀집지역이나 산업시설 밀집지역 등 필수불가결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깔고 이후 차츰 5G 장비 구축 지역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초기 투입자금은 총 1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