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까지 5개월이나 남았지만 당권을 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이지만 당내 확실한 리더가 부재한 탓에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당 생존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손에 쥐게 된다.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음 대선에서 보수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차기 당권 후보들이 당권 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두 전(前) 당 대표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2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홍준표 전 대표는 귀국 이후 ‘페북 정치’를 이어가며 정계 복귀를 암시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남은 세월도 내 나라 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하겠다.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하며 정치 재개의 의지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패배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홍 전 대표에게 유리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비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도 ‘전대 모드’에 돌입했다. 13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의 첫 주자로 나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던 김 전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두 전 대표가 기지개를 켜자 당에서는 견제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직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금지 조항’을 당헌·당규에 포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도 무시할 수 없는 잠룡이다. 한 대선 주자 후보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한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최근에는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황 전 총리를 직접 찾아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해지면서 황 전 총리 출마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이라는 한계 탓에 위기의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외에도 범보수 통합을 이끌 만한 후보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도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