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따른 세계 무역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이 현행 WTO 다자간 무역 체제에 긴급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 3개 기구가 발표한 공동보고서에서 오랫동안 개혁이 느렸고 상호연결된 현대경제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데다 무역정책이 교역확대에서 보호주의로 역행할 위험이 있는 만큼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WTO는 지난달 27일 교역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무역갈등 때문에 올해 상품 교역이 3.9%, 내년에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앞서 4월 발표한 전망인 4.4%, 4.0%에서 각각 하향 조정된 것이다.
WTO가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이 23년 묵은 체계인 만큼 급변한 무역환경에 맞춰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데는 널리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회원국이 구상하는 개선 방향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
세 기구는 이번 보고서에서 새 WTO 규정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접근권과 무역협상 구조의 유연성, 정부 무역정책의 투명성을 증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비슷한 맥락의 WTO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커머스와 투자·서비스 무역의 역할 확대를 다루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면서 “정보기술(IT)이 준 기회와 세계 경제의 근본적 변화가 현대 무역정책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다자간 협정으로 진전되지 못한 협상을 복수국간(plurilateral) 협상으로 타개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을 담았다.
복수국간 협정은 특정 상품·서비스 부문에 제한해 이를 수락한 국가들이 맺는 것으로, WTO 164개 회원국 간 의견일치가 필요한 다자간 협정보다 협상이 용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