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은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공개 분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반대에 나선 단체장 대부분이 여권 소속이기도 하다. 이런 반발이 확산되면 수도권에 3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주택시장안정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습되지 않은 국토부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을 급조한 탓이 크다. 택지개발 공표 이전에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서둘러 주택공급 계획부터 밝힌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당면한 집값 폭등세를 막겠다는 다급한 심정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지만 일 순서가 뒤바뀌다 보니 헝클어진 것이다. 가용토지 확보는 주택수급 계획에 따라 장기적 안목에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사회의 반발을 단순한 ‘님비’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반발기류는 정부주도형 택지개발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개발예정지를 지정하고 지구 내 땅을 강제 매수하는 현행 방식은 만성적인 주택난에 처한 과거에는 통했지만 갈수록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이 지속 가능한 주택공급원인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수도권 주택정책은 택지개발에서 도심 재개발·재건축으로 점차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