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이슈 정조준하는 무용을 말한다=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1회 시댄스는 오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등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시리아 중국 일본 등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축제는 성년을 맞아 ‘난민’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꺼내 들었다. 이전까지 축제가 무용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 호흡하는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사회 이슈를 담아내는 소통의 도구로서 무용의 한 측면을 소개하겠다는 선포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로 성장한 한국에서 열리는 대표 무용 축제인 만큼 인권, 환경, 난민 같은 글로벌 이슈를 앞으로도 무용 속에 담아내겠다는 취지다.
개막작인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이탈리아 출신의 신성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 작품이다.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검은 형체를 통해 거대 자본주의와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 정체성의 위협을 표현한다. 시리아 출신 안무가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한 ‘추방’은 시리아의 뿌리를 서울의 무대 위에 심는다. 한국 안무가 윤성은이 이끄는 ‘더 무브’의 ‘부유하는 이들의 시’에는 실제 난민들이 참여해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이번 축제 최고의 기대작은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과 테로 사리넨의 ‘숨’이다. 국립무용단 협업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테로 사리넨은 아코디언계의 지미 헨드릭스로 통하는 킴모 포흐요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춤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힘의 균형을 형상화한다. 또 2년전 시댄스 화제작 ‘(M)IMOSA’를 선보였던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는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작으로 돌아온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공연예술=올해 18회를 맞은 스파프는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공연의 과거를 넘어 미래에 현미경을 드리운다. 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설치극장 정미소 등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총 8개국 22개 작품(연극 10편 무용 12편)을 소개한다.
개막작은 세르비아 연극 ‘드리나 강의 다리’로 보스니아 비셰그라드를 배경으로 400년간 이어진 인종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다룬 이보 안드리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은 코칸 믈라데노비치의 연출로 세르비아국립극장에서 2016년 초연한 작품이다.
국내 공연 가운데서도 주목할 작품이 많다. 극단 놀땅의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는 그리스 비극을 한국의 현대로 가져와 2014년 이후 공연계를 관통하는 주제인 세월호 참사를 꺼내든다. 또 폐막작으로 선정된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는 1931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프 무성영화 촬영기법을 공연에 접목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무용 가운데선 프랑스 국립 크레테유 무용단의 ‘픽셀’을 주목할만하다. 미디어 프로젝션 기술을 무용에 접목한 이 작품은 무용수들을 하나의 픽셀처럼 배치해 디지털 시대 속 인간을 비춘다. 또 올해 축제의 파격 라인업으로 꼽히는 비보잉 공연도 있다. 2015년 세계 비보이 크루 랭킹 1위에 올랐던 한국 비보이팀 퓨전엠씨는 ‘비보이픽션 코드네임 815’로 홀로그램, 레이저아트, 3D영상을 결합한 비보잉 댄스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