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기획재정부가 업무추진비 15억5,000만여원을 어느 업종에 사용했는지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됐거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골프장·면세점 등에서 지출한 내역도 상당했다.
심 의원은 기재부의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입수한 2017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부처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기간에 쓴 업무추진비 총 15억5,292만원에 대해 지출 업종을 기재하지 않았다. 모든 부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뒤이어 청와대가 4억147만원, 국무조정실이 1억6,079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925만원 순이었다.
‘깜깜이 사용’ 뿐 아니라 사용처가 잘못 기재된 경우도 많았다. 심 의원에 따르면 해외 출장 시 호텔 관련 업종에서 지출한 내역이 재정관리시스템에는 한방병원이라고 기재된 경우가 344건에 달했다. 우체국 이용이나 청소용품 구매에 사용했는데 시스템에는 점술업종이라고 기록된 것도 24건이었다. 심 의원은 “실제 사용용처와 다르게 회계보고가 되었음에도 정부가 잘못된 결제정보를 수정하지 않고 자료를 관리했다”며 “총체적 관리 부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업무추진비가 원칙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과기부의 경우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된 골프장운영업종에서 706만원을 지출했고 외교부도 374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골프장을 포함한 레저업종은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사용제한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면세점·백화점·스키장 등에서도 사용 내역이 다수 확인됐다. 백화점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한 곳은 청와대로 8,827만원을 결제했고 통일부는 1,393만원, 기재부도 1,064만원을 사용했다.
한편 비인가 재정정보 불법 취득·유출 논란으로 기재부와 맞고발 상태인 심 의원은 이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질의자로 나선다. 심 의원은 “우리 측이 정부 재정 정보 시스템에 접속하게 된 과정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현장 시연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출석한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