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항소법원 브렛 카바노 Brett Kavanaugh 판사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은 한 동안 더 견고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퇴임을 앞둔 앤서니 케네디 Anthony Kennedy 현 대법관보다 더 우파적 성향을 지닌 카바노의 합류는 미국 사회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기업환경과 관련된 법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대법원 판사들의 인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고용주의 영향력을 사실상 강화할 수 있는 몇몇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리노이 주 공무원 마크 야누스가 미국 최대 공무원 노동조합 AFSCME(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
)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새뮤얼 얼리토 Samuel Alito 판사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따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노조 회비를 내도록 강요 받을 수 없다’고 5 대 4 과반수 판결을 내렸다.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정치적 입장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야누스 판결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싸우는 공공 노조와 그에 동조하는 정치 후보자들의 재정에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당시 엘리나 케이건 Elena Kagan 대법관은 강력한 반대의견을 펼치며, 다수 보수파 판사들이 표현의 자유 조항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기‘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야누스 재판은 최근 대법원이 기업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정의한 많은 판결 중 하나였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4년 하비 로비 Hobby Lobby/*역주: 기독교 관련 공예품 전문 체인점/ 판결이 있다. 당시 대법원은 종교적 이유를 들어 직원의 피임 의료보험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카바노의 과거 판결(하단 박스 기사 참조)을 살펴보면, 그는 분명 이 같은 수정헌법 제1조의 적용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판결들은 강력한 후폭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근로자들의 단체 소송과 관련한 또 다른 대법원 판결은 더 큰 반향을 낳았다. 지난 5월, 법원은 5 대 4로 ‘기업들이 근로계약서에 특별 조항을 삽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근로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법원 대신 먼저 중재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임금 분쟁부터 직장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자유주의 성향의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 법학자 월터 올슨 Walter Olson은 “계약의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들, 또는 일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직장 문제의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계 지지자들은 “중재 조항이 밀실 협상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악습들을 덮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노동총연맹(AFL-CIO)의 법률 자문 크레이그 베커 Craig Becker는 “직원들이 주 연방 기관에 법적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해당 기관들의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비용 소송처럼 근로자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회가 중재조항 법안을 개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해야 가능한 얘기다.
카바노가 그 동안 내린 판결은 그가 이처럼 고용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계약을 지지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이미 강력한 친기업 성향을 지닌 대법원에서 여섯 번째 표를 행사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제 대법원이 자신들의 편에 서서 강력한 진지를 구축해 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근로자가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발 빠르게 필요한 인력은 고용하고, 반대로 저성과자는 퇴출시킬 것이다.
고용주들이 반세기 만에 가장 강력한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그 힘을 무차별하게 행사하는 건 망설일지도 모른다.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진 권부(權府)의 요구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론 법정’이다. 더딘 임금 상승률과 경제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권력을 남용한다면 여론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다.
▲과거 판결을 통해 본 대기업에 대한 카바도의 시각
-플로리다 시월드 대 페레스 재판(SEAWORLD OF FLORIDA VS. PEREZ) 2014년 4월 판결: 카바노는 시월드 트레이너가 범고래 쇼 도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냈다. 법원은 시월드가 안전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카바노는 고래쇼를 풋볼이나 복싱과 같은 위험한 스포츠에 비유하며, 트레이너가 이미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반대 주장을 펼쳤다.
-베네치안 카지노 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재판( VENETIAN CASINO VS. NLRB) 2015년 7월 판결: 카바노는 당시 판결문을 작성하며,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카지노가 노동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지노가 사유지에서 시위를 한 노조원들을 상대로, 경찰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카지노가 경찰당국에 청원한 건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마땅히 행사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애그리 프로세서 대 NLRB 재판(AGRI PROCESSOR VS.NLRB) 2008년 1월 판결: 뉴욕에 위치한 육류가공회사 애그리 프로세서 Agri Processor는 불법 이민자가 노조 설립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노조 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회사는 곧바로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 카바노는 NLRB(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가 불법 이민자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번역 한주연 claires.dailyproject9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