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세상을 바꾸는 기업들(1~10위)

CHANGE THE WORLD|이윤을 추구하며 지구도 살리는 기업들

지난 5월 3일, 콩고민주공화국 서쪽 국경지대인 에카퇴르 주에 위치한 이코코-임펜제 Ikoko-Impenge 마을에서 20명 이상의 주민이 이상하고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주 보건 당국에 접수됐다. 조사에 들어간 콩고 보건부는 5일 후 모두가 두려워한 결과를 발표했다. 에볼라 유행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행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과거 수많은 발생 사례들과 다르게 전개됐다. 7월 중순에 완전히 종식된 것이었다. 2014~2016년 에볼라 창궐 당시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적도 기니에서 1만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이번에는 사망자 수가 33명에 불과했고, 초기 감염지대 밖으로 확산되지도 않았다.


이번 에볼라 유행은 여러 면에서 과거와 달랐다. 우선, 콩고 보건당국과 WHO 모두 빛의 속도로 대응했다. 그리고 비결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시험적 백신이었다.

올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 2위를 차지한 제약사 머크 Merck가 공동개발한 이 백신은 에볼라 발생 지역 주변에 면역 방어지대를 구축해 질병의 확산을 막아냈다. 보건 당국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거의 전원에게 백신을 투여했다. 에볼라는 20세기 의학계 최대의 공포로 손꼽힌다. 그러나 아직 (이 질병이 잡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후 에볼라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백신과 면역 전략이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른 전염병을 퇴치할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머크는 그 동안 에볼라 신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과거 에볼라 유행의 대혼란 속에서 신약 실험을 진행했다. 머크의 백신은 약병에 든 형태로, 여러 바이러스의 일부분을 DNA 단위로 조합해서 만들어진다. 이 회사에서 에볼라 연구를 총괄하는 베스앤 콜러 Beth-Ann Coller는 “약 제조 과정이 너무 복잡해 1회분을 만드는 데 1년이 꼬박 걸린다”고 말했다. 머크가 자선 차원에서 이 약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폐렴, 대상포진, 암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 등이 포함된 머크의 백신 사업은 지난 해 60억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에볼라 백신이 그 자체로는 큰 돈이 못 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은 사업 전반적 R&D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머크는 위대한 기업의 전형적 행동 방식 한 가지 보여주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이윤 창출을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일상 속에서 선행과 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런 노력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포춘은 이런 현상에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4년 전부터 매년 공유가치 이니셔티브(Shared Value Initiative)와 함께 공공보건, 환경, 경제 및 기타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상적 사업의 일환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수십 곳 선정해왔다(선정 기준 참조). 이 순위는 자선 기부금 순위가 아니다. 전지적 관점에서 특정 기업이 얼마나 착하거나 악한지 판정하려는 의도도 없다(그렇게 하고 싶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순위는 세상의 각종 문제를 지속 가능하면서도 대규모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체인 기업이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살펴보는데 의의가 있다.

첫 순위를 작성했던 2015년 당시, 심사진은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을 50곳이나 찾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는 훌륭한 후보가 너무 많아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리스트를 57위까지 늘렸고,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 6곳도 별도로 선정했다(예전 순위는 fortun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신성(新星) 기업들 중에는 최근 에볼라 사태 해결에 뜻밖의 도움을 준 곳도 있다. 바로 중국 냉장고 제조업체 오크마 Aucma다. 머크의 에볼라 백신 개발에서 한 가지 고민거리는 백신을 초저온(-60℃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력 공급망이 사실상 없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오지에서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굿 Global Good의 발명가들이 나섰다. 백신 수백 병을 어디에서나 보관할 수 있는 이동식 초저온 냉동고 아크텍 Arktek을 개발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크마는 거기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바로 아크텍을 제조했다. -CLIFTON LEAF



지오 상품을 파는 뭄바이의 한 가게. 지오의 등장 덕분에 인도 통신시장에서 모바일 데이터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다. 사진=포춘US지오 상품을 파는 뭄바이의 한 가게. 지오의 등장 덕분에 인도 통신시장에서 모바일 데이터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다. 사진=포춘US



1. 릴라이언스 지오 Reliance Jio(인도 뭄바이): 인터넷 접속이 인간의 기본 권리라면-UN이 2016년 여름 그렇게 선언했다-릴라이언스 조는 인터넷 접속권 보장 확대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인도 재벌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Reliance Industries의 무케시 암바니 Mukesh Ambani 회장이 작년 9월 창립한 이 벤처기업은 국민에게 ’디지털 산소‘를 공급한다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에는 디지털 산소가 많지 않았다. 느릿느릿한 2G 휴대전화가 대세였고, 데이터 1기가바이트당 평균 가격도 200루피(약 3,160원) 이상이었다. 인도 전체 인구 13억 명 가운데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 수가 1억 5,300만 명에 불과했다. 지오는 이런 시장에 고속 4G 통신망(인프라 건설에 수십억 달러가 소요된다), 무료 전화, 푼돈 수준의 데이터 통신료(1기가바이트당 최저 4센트/*역주: 약 0.64원/)를 선보였다. 이후 초저가 스마트폰과 가정용 인터넷도 출시했다. 릴라이언스 조는 불과 22개월 만에 2억 1,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현재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는 혁명과도 다름없는 ‘지오화(化)’다.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했고, 타 통신사들도 경쟁이 될 만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인도 디지털 경제에 성장친화적 환경이 갖춰졌다.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계층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농촌 주민들이다. 농부와 학생, 기업가들이 드디어 현대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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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머크 Merck(미국 뉴저지 주 케닐워스):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머크는 캐나다 공공보건당국, 미국 바이오기업 뉴링크 제네틱스 NewLink Genetics와 공동으로 에볼라 백신 연구에 돌입했다.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는 몇 개월이 걸린다. V920의 임상 사용이 가능해진 시점에는, 이미 수천 명이 에볼라로 목숨을 잃은 후였다.

그러나 올해 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다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땐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머크는 V920 1만 3,000병을 WHO에 제공했고, 3,300명이 백신 주사를 맞았다. 콩고민주공화국 보건부는 백신 접종자의 에볼라 감염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8월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에볼라 유행이 다시 번지면서, 머크의 백신이 또 한번 전면에 나섰다.

3.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지난 2007년, 금융위기로 인해 재무제표 여기저기에 큰 구멍이 난 상황에서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저탄소·지속가능성 사업에 대출·투자 등의 형태로 총 20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후에도 BoA는 맨해튼의 녹색 마천루부터 케냐의 청정 조리용 스토브 개발까지, 다양한 녹색 프로젝트에 총 1,250억 달러를 약속했고, 그 중 960억 달러를 실제로 지출했다. BoA는 기후보호 프로젝트의 자금 지원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녹색 채권’ 시장 개발에 참여했으며, 현재 이 시장의 최대 참여가자이다. 2013년 당시 130억 달러였던 녹색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1,61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BoA의 녹색 혁신이 더 궁금하면, 이번 호에 실린 후속 기사를 참조하라.

4. 인디텍스 Inditex(스페인 아르테이소): ‘안전한 환경에서 제조된 옷을 입고 싶다’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 Zara의 모기업 인디텍스는 안전 기록이 우수한 공급업체와의 거래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다. 지난해에는 전체 상품의 95%가 안전성 높은 업체에서 생산됐다. 2012년의 80%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업계 평균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다. 그럼에도 인디텍스의 윤리적 노력은 재무제표에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연평균 7%의 판매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디텍스는 근로자 안전을 위한 자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공장 인력의 85%인)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성차별을 인지하는 방법,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지키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알리바바 그룹 Alibaba Group(중국 항저우): 알리바바는 문자 그대로 중국 농촌 지역에 돈을 끌어오려 하고 있다. 회사의 인기 지도 서비스인 오토내비 Auto-Navi는 올해 당일치기 여행자의 오지마을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허난성에서 ‘가난 탈출 지도’를 출시했다. 이 지도는 어떤 시설이 이용 가능한지 알려줘 지역 식당·주유소·상점의 고객 유치 및 온라인 진출을 돕고 있다.

6. 크로거 Kroger(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료품의 거의 절반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다른 한편에선 미국 국민 4,000만 명이 굶주림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는 두 가지 문제 모두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목표는 2025년까지 영업 지역에서 기아를 전면 퇴치하고, 자체 쓰레기 발생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크로거는 구호단체 피딩 아메리카 Feeding America와 손잡고, 지난해 3억 2,500만 명이 식사할 수 있는 분량의 식품을 기부했다. 2025년 목표는 30억 명 분이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고장난 중앙 하수관에서 물을 펌프질하고 있는 사일럼 장비. 미국 지방 수도시스템의 평균 물 손실률은 6분의 1 정도이다.       사진=포춘US테네시주 멤피스의 고장난 중앙 하수관에서 물을 펌프질하고 있는 사일럼 장비. 미국 지방 수도시스템의 평균 물 손실률은 6분의 1 정도이다. 사진=포춘US


7. 자일럼 Xylem(미국 뉴욕 주 라이 브루크): 기업 규모 47억 달러인 자일럼의 사명 ‘물 부족을 해결하자’는 광범위하면서도 긴급한 문제다. 2025년이면 지구 전체 인구의 약 25%인 18억 명이 수자원 절대 부족 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최근 잇따라 ‘스마트 인프라’ 관련 인수를 단행하는 등 전 세계 수도관을 꼼꼼하게 틀어막고 있다. 소프트웨어 내장 센서기반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인프라는 수도관의 물 손실량을 줄여준다(미국에선 상수도 공급량의 6분의 1, 신흥국에선 최대 60%가 이동 과정에서 손실된다). 그 밖에도 이 회사는 하수처리 효율화, 도시 차원의 홍수대응, 기타 기후변화로 인한 물 관련 문제 대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일럼은 작은 규모의 재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올 여름에는 회사 기술 전문가들이 물이 불어난 동굴에 갇힌 태국 청소년 축구팀을 구출하기 위해 펌프 시스템을 지원하기도 했다.

8. ABB(스위스 취리히):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면서, 로봇 제조사 ABB는 전 세계 7,000곳 이상에 고속충전소를 설치했다. 그 덕분에 지난 7년간 약 200만 갤런(757만 리터)의 석유가 절감됐다. 전기차 충전 부문 2015년 이후 두 자릿수 연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폭스바겐의 자회사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Electrify America와 함께, 내년 미국에 수백 개의 충전소를 세우는 것이다.

9. 웨이트워처스 인터내셔널 Weight Watchers International(미국 뉴욕시): 웨이트워처스는 ‘비만과의 전쟁’ 속에서 13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거듭났다. 벼락치기 다이어트와 간편식품 판매보단 식습관과 운동 습관의 점진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프로듀서 DJ 칼레드 DJ Khaled 등 유명인들을 활용해 체중감량 프로그램 등록을 꺼리는 남성들의 심리에 성공적으로 맞서기도 했다.

10. 휴즈 네트워크 시스템 Hughes Network Systems(미국 메릴랜드 주 저먼타운): 지난해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섬의 통신 인프라 대부분 파괴되자 세계 최대 위성 사업자 중 한 곳인 휴즈의 재난구호 팀이 지원에 나섰다. 지원팀은 환자 생명이 걸린 병원 이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통신망을 세우고,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연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책임 기자 / ERIKA FRY, MATT HEIMER

필진 / Eamon Barrett, Carson Kessler, Beth Kowitt, Adam Lashinsky, McKenna Moore, Sy Mukherjee, Andrew Nusca, Aaron Pressman, Lucinda Shen, Jonathan Sperling, Jonathan Vanian, Phil Wahba, Jen Wieczner

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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