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설이 불거졌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사적인 오찬자리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두 사람은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과 은행 대출금리 산정 오류, 삼성바이오 회계위반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 갈등설이 확산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정례회의와 같은 공식 석상뿐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오찬 자리를 가졌다. 특히 금융권 현안에 대해 관련 부서장이나 임원이 오찬에 배석해 함께 논의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현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갈등설이 증폭되자 오찬이라는 형태로 조용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과 은행 대출금리 산정 오류 사건, 삼성바이오 회계위반 등 현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윤 원장은 “금감원 주요 혁신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며 다른 톤으로 얘기했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 오류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고의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최 위원장은 단순 실수라고 해석해 마치 두 사람이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 지난 5월 최 위원장은 윤 원장과의 첫 상견례를 한 직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위반 혐의에 대한 조치사전통지서 발송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을 두고 “금감원의 조치로 시장에 충격과 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기자간담회에서 비판해 갈등설이 확산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앞둔 의도적인 힘겨루기라는 분석과 함께 지난해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 경영 실태를 지적하자 상위조직인 금융위가 금감원의 경영혁신 방안에 개입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원장이 5월 취임할 당시 교수 시절 강조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금융위를 기획재정부로 통폐합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기야 윤 원장이 지난 8월 말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 후원한 ‘금융권 채용박람회’에 불참하자 갈등설이 증폭됐다. 국회에서도 회자됐다. 국회 정무위의 한 위원은 공개 석상에서 “실세인 금감원장이 와서 최 위원장이 힘을 못 쓰는 것이냐”고 질의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두 사람이 갈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하지만 갈등설이 양 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비공식 오찬 자리를 가지며 관계 개선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윤 원장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오찬 회동이 성사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생겨날 다양한 금융현안을 놓고 두 사람이 찰떡 호흡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