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산업으로서의 농업규모나 경쟁력은 낙제점이다. 농식품 분야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78% 선에 불과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융합농업 기술도 미국 대비 76% 수준으로 4년 이상 뒤처져 있다. ‘한국=ICT강국’이라는 이미지가 무색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십수년간 2%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 농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고 보조금에만 기대는 후진국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농업 현실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농업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 탓이 크다. 인프라 확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용 예산을 무분별하게 살포하기 일쑤다. 정부가 제시한 쌀 목표가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상 1만원 이상 증액되는 게 예사다. 목표가격이 높아지면 직불금 수령액이 늘어나고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된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성장산업으로 부상한 스마트팜은 농민단체의 반발에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방해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7월 마감된 정부의 스마트팜혁신밸리 조성지역 공모에 8개 시도가 응모했지만 사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스마트팜이 농산물 값 폭락과 중소영세농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농민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보조금 등에 안주한 농업인들이 이익집단이 돼버린 셈이다. 정치인들도 반(反)대기업 정서를 부추기며 농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구글·도요타·알리바바 등 대기업의 참여로 영농 스마트화를 추진 중인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의 흐름에 우리만 역행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농업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보조금에 의존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게 내버려두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없다. 농업 규모를 키우고 농업 관련 규제를 풀어 진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농업에 경쟁과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