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 업체간 합병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일부 자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는 독일 린데 아게와 미국 프렉스에어의 합병을 심사한 결과 국내외 가스 시장에서 경쟁을 일부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산소·질소·아르곤의 토니지와 벌크 사업과 관련한 자산 중 한 쪽 기업이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토니지는 대용량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체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을, 벌크는 가스를 액화해 탱크 트레일러 등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각각 의미한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질소 토니지 시장 국내 합산점유율은 42.8%로, 2위 업체와 점유율 차이가 13.6%포인트에 달해 경쟁 제한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두 업체가 합병할 경우 단독으로 가격 인상 등 경쟁을 제한할 능력과 유인이 높아진다고 봤다. 특히 결합 회사가 신규 취득한 질소 토니지 프로젝트 규모가 2016년 전체 생산능력의 30.5%에 달해 향후 지배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공정위는 또 두 회사가 미국 뉴저지와 국내에 각각 보유한 엑시머 레이저가스(고출력 레이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희귀가스 혼합물) 관련 자산 중 하나를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이 역시 세계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산점유율이 63.4%에 달해 단독으로 가격 인상이 가능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헬륨 도매업과 관련해 린데 아게와 프렉스에어가 보유한 자산을 일부 매각하라고도 했다. 세계 헬륨 시장 역시 두 회사 합산점유율이 42.6%로 2위 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21.6%포인트가 나며 시장 신규 진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합병을 발표한 뒤 지난 8월 공정위에 73조원 규모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린데 아게는 2016년 산업용 가스 매출액 16억5,000만달러, 프렉스에어는 9억9,000만달러로 각각 세계 2·3위 사업자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1위 사업자인 에어리퀴드를 추월하는 가스업체로 거듭난다.
공정위는 당사자의 의견과 해외 경쟁 당국의 시정조치 사례를 참고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결합일 이후 6개월 안에 공정위가 명령한 자산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브라질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경쟁당국은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한 상태이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조만간 합병과 관련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프렉스에어는 이미 지난 7월 EU 경쟁당국 명령에 따라 유럽 사업의 일부를 50억유로(약 6조5,000억 원)에 일본 다이요닛산(大陽日酸)에 매각한 바 있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산업용가스 분야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결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면밀한 심사를 통해 경쟁 제한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