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GE 구원투수’

1974년 미국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7대 최고경영자(CEO)인 레지널드 렉 존스는 CEO 승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다. 1892년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이 합병해 GE로 출범한 지 80년이 지나면서 회사의 덩치가 커진데다 사업구조도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1970년대 들어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이 내실 없는 성장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참에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영을 안정시켜보자는 생각이었다. 존스는 후보 19명을 선발한 뒤 이들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후보 19명의 후보들에게 직위를 하나씩 주고 그들이 낸 성과를 지켜봤다. 첫 관문을 통과한 7명을 대상으로 2차 경쟁과 인터뷰를 거쳐 1979년 최종 후보로 낙점한 이가 8대 CEO인 존 잭 웰치다. 그의 나이 마흔다섯 살 때다. GE식 경영승계 계획은 이렇게 탄생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의 전성기를 이끈 웰치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그는 각 부문에서 1·2등을 못하는 사업부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웰치는 15년 동안에만도 400여개 사업을 매각했고 이 기간 해고한 직원은 전체의 4분의1인 11만명에 달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경영승계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후 GE는 순탄치 않았다. 20년간의 웰치 시대가 끝나고 2001년 9월7일 제프리 이멀트가 이사회 의장과 CEO 자리에 올랐지만 불과 나흘 뒤 발생한 9·11테러는 항공기 엔진 사업에 치명타가 됐다. 화불단행이라고 했던가. 2008년 금융위기는 GE의 금융 서비스 사업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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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가 최근 또다시 CEO를 경질했다. 전임인 존 플래너리를 불과 15개월 만에 하차시키고 의료기기 회사 대너허의 CEO를 지낸 로런스 컬프를 데려왔다. 이번 인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는 장수 CEO의 전통이 깨졌다는 것이다. 초대 찰스 코핀이 21년, 3대 제러드 스워프가 31년, 웰치가 20년, 이멀트가 16년을 맡은 것과 비교하면 플래너리는 초단명 CEO다. 또 하나는 126년 GE 역사상 최초의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점이다. 이는 111년간 지켜온 다우지수 원년 멤버 자리에서 탈락하는 등 GE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과연 컬프가 GE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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