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 모두가 TV로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추상같은 유죄 판결을 내린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사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 그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건임에도 하급심 TV 생중계 첫 여성 재판관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의 판단을 차분히 조목조목 읽어내려갔다.
강원 양양 출신인 정 부장판사는 충주여고를 나와 지난 1993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1995년 37회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로 법원 내에서는 엘리트 법관으로 꼽힌다. 그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본인과 동생 학비를 대고 사시 합격 석 달 전 아버지를 여의는 등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3년 전 사시 합격 직후 가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태일 평전’을 즐겨 읽으며 인권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가장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5·18사건과 제6공화국 비자금 문제 처리를 지적하며 “법조계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라며 “법대로라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밝힌 소신을 23년 후 실현한 셈이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법원 내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모두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우리법연구회가 공개한 60명의 회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있었다.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정 부장판사는 이후 서울행정법원, 청주지법 충주지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서울남부지법 등을 거쳤다. 2014년 울산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사건’ 피고인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은 그의 대표 판결 중 하나다. 2015년부터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았다가 올 2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첫 여성 재판장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부장판사는 공직비리·뇌물사건 등을 다루는 재판부 성격상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가는 주요 코스로 인식된다. 이후 고작 두 달여 만에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배당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