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들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연구비 횡령과 해외 해적학술단체 참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세금을 받는 연구자가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연구문화가 바뀐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연구자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기술을 연구하겠다’는 자세로 국가에 어떻게 기여할까 고민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 R&D 과제를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교수나 기업이 많다.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남식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윤리를 집에서 안 가르치고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해도 크게 미흡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율성을 해치는 관리 위주의 R&D 구조가 성과도 별로 못 내면서 도덕적 해이 역시 잡지 못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해적학술단체인 ‘와셋’ 사건도 국가 R&D에서 논문 등 정량평가를 따지고 3~5년짜리 과제인데도 연구비를 매년 정해진 만큼 소진해야 하는 구조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연구자가 연구장비를 언제까지 갖추겠다고 계획서에 썼지만 납품사 사정 등으로 기한이 미뤄지면 페널티를 받는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꾸 논문·특허·기술료 등 정량평가만 하고 매해 정해진 예산을 소진하도록 돼 있어 손쉽게 논문을 낼 수 있는 해적학술단체의 유혹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연세대) 부총장을 하면서 보니 대학 연구를 특성화시켜야 하는데 (정부 평가시스템이) 일률적 잣대로 평가를 하니 연구도 일률적인 연구가 되더라”며 “각자 앞서 가는 연구를 어떻게 먹거리로 키울까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비를 집행하되 확실하게 연구윤리를 지키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006년 말 황우석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연구윤리 위반은 엄격히 처벌하되 연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R&D 기획·선정·평가에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한양공대 석학교수로서) 정부 과제를 받으면 간섭을 많이 받게 돼 현재 정부 과제는 거의 안 하고, 결과물을 꼭 내야 해 힘들기는 하지만 기업연구 위주로 한다”며 “R&D 평가나 운용 규정을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네거티브 방식(안되는 것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김)으로 바꾸되 고의로 연구부정을 저지르면 국가 연구비에서 아웃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