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경제성장 촉진하려면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수출 양적 증가만으론 한계

부가가치 향상·고도화 필수

기술개발·이전 지원制 개선

실업·재취업 안전망 구축을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



성장론이 경제 교과서에 등장한 것은 지난 1990년대에 들어와서다. 그것은 198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연구자들이 성장요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인데 종전 후 태어난 많은 신생국들의 경제적 성과가 비슷한 시기에 드러난 데 그 배경이 있다.

특히 국민계정체계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됨으로써 경제성장을 나라별로 비교 가능하게 돼 성장요인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노력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활발히 일어났다. 제도가 어떻게 성장에 기여했는지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연산능력이 발전하면서 연구자들은 국제 데이터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요인, 즉 인과관계의 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측정의 오류, 표본 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성장요인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모호성 등이 제대로 검증된 성장요인을 찾아내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진은 지난 1962~2014년 182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지금까지 제기된 통계학적 문제를 제어하고 경제성장의 요인을 규명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성장 결정요인으로 자주 인용되는 수출고도화(export sophistication), 인적자본, 무역, 금융발전과 제도 가운데 오직 수출고도화만이 매우 유의미한 설명력을 가진다고 보고했다.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번영을 가져온다는 고전 경제학 이론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나머지 요인들은 수출고도화를 증진함으로써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성장동력으로서 수출고도화의 중요성은 독일의 산업4.0을 본받아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제조2025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 정부의 혁신성장,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5.0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보고서의 수출고도화는 표준국제무역분류에 따른 각 수출품에 내재된 부가가치를 추정해 지수화한 후 다시 나라별로 그 나라 수출품에 대한 수출점유율을 가중치로 곱한 값으로 측정한다. 따라서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수출의 부가가치가 크거나 수출시장의 점유율이 높을 때 성장률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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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연구는 우리 경제에 두 가지 중요한 함의를 준다. 첫째, 양적 수출주도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 산업연구원이 제공하는 산업분석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주요국 가운데 독일(47.2%)이 유일하게 우리나라(43.1%)보다 높다. 앞으로 수출이 더 늘어날 여지는 많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지나치게 높은 제조업 비중(2016년 99.7%)은 산업 간 불균형을 그대로 반영한다. 2016년 제조업은 전체 고용의 19%로 GDP의 29.5%를 생산했으나 고용의 73.8%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단지 59.2%를 기여했을 뿐이다.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한편 미시 데이터에 기반한 기업 생산성 연구에 따르면 제조기업 가운데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이, 수출만 하는 기업보다는 수출과 해외 직접투자를 병행하는 기업이, 나아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기업의 생산성이 더 높다. 기업의 생산성이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생각할 때 산업뿐 아니라 기업 간 불균형도 함께 해소하는 것이 성장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둘째, 무엇을 수출하는가가 중요하다.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기술이전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술이전이 기술개발에 따르는 ‘비용의 사유화, 혜택의 사회화’를 방지하는 성장의 원칙(이 원칙이 훼손될 때 기술개발의 동기부여가 꺾이게 된다)과 상충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편 산업 차원에서 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추진돼야 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과 재취업은 튼튼한 사회안전망과 효율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수출고도화와 직결되는 혁신성장의 성패는 혁신 그 자체보다 우리 사회가 혁신을 수용할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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