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취임 100일 오거돈 "시민행복·동북아 해양수도 비전 추진 본격 시동"




23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부산을 이끄는 오거돈(사진) 부산시장은 8일 자로 민선 7기 출범 100일을 맞았다. 100일 동안 오 시장은 당면한 갈등과제를 해결하고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행정혁신을 추진하는 등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비전 실현을 위한 준비기를 보냈다.

“부산시가 14년간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오 시장의 시장 취임 후 첫 일성이다. 지난 7월 초 시 고위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장 등이 모두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오 시장은 토론도 질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고만 하는 형식적 회의를 강하게 질타했다. 오 시장은 시장권한대행을 할 때와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진단, 시정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예고한 것이었다. 2개월 뒤 회의 분위기는 변했다. 시 간부, 부구청장·부군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등 참석자와 논의 주제 성격에 따라 회의를 나눠 진행하고 모든 회의는 1시간 이내에 끝내는 것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시장과 시 간부들이 참석하는 주간업무회의는 행정부시장, 기획관리실장이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 의견을 개진하고 참석자들이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토론하는 회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시 정례조례 풍경도 눈에 띄게 변했다. 시장이 700여명의 시청 직원들을 모아놓고 일방적인 ‘훈시말씀’을 하는 고착화한 정례조례 문화가 바뀐 것이다. 지난달 열린 직원 정례 조례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장과 직원 간에 대화가 오가고 시청 직원 기타동호회 연주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 시장이 강조해 온 ‘탈권위의 현장중심 시정’이 조직 내부에서부터 실천되고 있는 평가다. 변화의 시작은 역시 ‘내부 혁신’이다. 업무혁신, 조직혁신, 인사혁신,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는 시작됐다. 민선 6기 9명이던 개방형 직위가 민선 7기에 11명으로 늘었다. 5급 이상 여성 간부 임용도 확대됐다. 민선 6기 20.2%이던 여성 간부 비율이 민선 7기에는 21.7%로 커졌다. 대대적인 개혁엔 외부의 신선함과 활력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오 시장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변화는 시민 생활에서도 느껴진다. 각종 행사에서 내빈 소개를 없애는 등 행사의 주인공은 ‘시민’이라는 것이다. 시민의 전당인 시청사 주변도 변했다. 시청 정문의 대형 화분을 없애고 막혀 있던 시청 1층 통로를 완전 개방해 시민들의 왕래가 자유로워졌다.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과 통하는 시청사 중앙통로도 시민들의 교통 편리를 위해 지하철 첫차와 막차 시간에 맞춰 연장 개방했다. 시는 내부 혁신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 시민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분야 혁신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민선 7기 100일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소통이 부족했던 과거의 시정이 부산형 협치시스템을 통해 ‘시민의 시정’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오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수많은 갈등과 모순에 직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BRT(중앙버스전용차로) 추진 여부, 해수담수화 갈등, 부산오페라하우스 문제 등이다. 오 시장은 이를 시민 공론화 제도와 시민사회 집단 지성을 활용해서 해결하고 있다. 부산 BRT는 150명으로 꾸려진 시민참여단이 학습·숙의 과정을 통해 그 방향을 결정짓는다.

해수담수화와 부산오페라하우스 문제 역시 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화·소통하는 과정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파행과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서는 시를 대표해 오 시장이 직접 공식 사과함으로써 수년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BIFF 정상화와 인권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는 또 시의 각종 위원회 위원장직을 민간에 이양하고 정책 수립과 집행·평가 등의 전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시정 운영 패러다임을 관 주도에서 시민참여 중심으로 바꿨다.

시는 지난 1일부터 ‘시정혁신 주니어보드’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주니어보드는 간부 직원 중심의 전통적인 의사결정 회의와는 별도로 다양한 직급과 연령층으로 구성된 13명의 젊은 실무 직원들이 참여하는 청년 회의이다. 소셜미디어와 시청 내부행정망의 온라인 게시판 등을 활용해 조직문화 혁신, 불합리한 관행이나 근무행태 개선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민선7기 시정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시 직원들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게시판도 개설한다. 시 내부행정망에 ‘오마이 혁신’ 게시판을 만들어 행정혁신, 시민행복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도개선,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시정에 젊은 공무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시 직원들이 혁신의 주인공으로서 혁신활동에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는 오 시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부산은 그동안 27개국 36개 도시와 자매·우호협약을 맺고 교류를 해 왔다. 그러나 부산 발전을 위한 실질적 협력보다는 단순한 친선교류나 형식적인 관계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 시장은 지난달 6일 ‘부산시 도시외교 비전’을 발표했다. 실질적 성과창출을 위한 도시외교 추진계획 수립, 신남방·신북방시장 진출 및 남북협력 선도, 도시외교 관련 인프라 확충, 도시외교정책 전략적 추진체계 마련 등 4대 전략·14개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선 7기 시정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과 행정의 벽을 뛰어넘어 도시간 교류협력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번영시대에 유라시아 관문도시로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공격적이고 실리적인 도시외교뿐만 아니라 KTX 고속철도로 부산·울산·경남~광주·전남을 한데 묶는 ‘남해안 광역경제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로 부산과 목포가 1시간 안팎의 생활권이 되면 인구 1,200만 명의 거대 경제권이 만들어진다. 남해안 지역의 신선 농산물과 해산물, 화훼 등을 적기에 수송하는 항공화물·승객 수요가 확보돼 관문공항 건설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부산은 남해안 광역경제권 중심지로 지역 균형발전 이끌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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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3개 시·도는 동남권 관문공항 TF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는 등 이미 상생 발전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오 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발표한 데 이어서 3개 시·도는 공동협력기구인 ‘동남권 원팀’을 구축해 균형 발전과 자치분권 실현에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 동남권 원팀은 부울경 광역교통청 설립을 추진하고 수자원 통합을 통해 수질 개선 및 유량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 한반도 평화시대에 공동 대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며, 원전·자연재해·미세먼지 등 시민안전에 대한 공동대응 체계를 만든다. 심지어 시는 서울에까지 ‘협력의 팔’을 내밀 계획이다. 시는 다음 달 23일 서울시의 교류협력 확대와 상생 발전을 위한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BS(부산-서울) 협력프로젝트 협약식을 가질 계획이다. 소상공인 지원과 남북교류협력, 우수정책과 인적 교류 등의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국가적으로 고용률 저조 등 일자리가 문제가 최고 화두다. 부산 역시 생산가능인구 감소,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불황,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경제 여건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오 시장의 처방책은 역시 ‘경제체질 개선’이다. 조선·해양, 자동차부품 등 전통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클린에너지, 파워반도체, 바이오-헬스, 드론 등 신성장산업을 육성해 산업구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부산이 강점을 가진 의료, 영상·콘텐츠, ICT, 금융 등의 지식서비스 산업도 집중 육성한다.

“우리에게 바다는 땅입니다.” 오 시장이 자주 사용해 유명해진 말이다. 오 시장은 30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바다와 관련되거나 해양도시 부산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해양(海洋)에 대해 잘 안다.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재임 기간에는 800억 원대이던 대학 재정 규모를 1,600억 원대로 2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부산은 지금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꿈을 꾼다. 민선 7기 시정의 3대 핵심 분야에서 첫째를 차지하는 것도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건설’이다.

최근 시청에서 열린 ‘제1회 시-BPA(부산항만공사) 고위급 정책협의회’는 민선 7기에 와서 부산시가 얼마나 넓은 시각으로 해양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협의회에서는 도시정책과 항만정책의 연계성 강화를 통한 조화로운 도시발전 방안이 논의됐다. 또 해운·항만 연관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과 기업지원, R&D 기술개발 및 육성기금 등을 전담하는 기구 설립에도 합의했다. 2022년까지 부산항 미세먼지 배출 ‘제로(0)’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지역의 제 1부두 원형 보존에도 서로 의견일치를 봤다.

시는 BPA와 정책협의회를 계속 운영하고 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은 시가 주도적으로 정부·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추진해 나감으로써 항정과 시정의 일원화를 도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제도적 ‘틀’과 함께 동북아 해양수도 도약 기반도 차근차근 만들어지고 있다.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의 핵심이자 육해공 Tri-Port 중추 인프라인 관문공항 건설은 부울경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김해공항 주차시설 및 부산-싱가포르 중·장거리 노선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지역 경제체질 개선과 부산형 혁신성장 기반 확보는 좋은 일자리 확대로 선순환된다. 민선 7기 시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행복한 삶의 시작이며, 미래이고 최고의 복지라는 오 시장의 철학이 깔려 있다. 최악의 고용위기에 오 시장이 직접 현장을 뛰며 고용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지난 8월 오 시장과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고용난 해결을 위해 내년까지 일자리 1만 개 이상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BPA와 해운항만분야 일자리 창출에 협력하는 MOU를 체결했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민관협치로 지역주도의 부산형 일자리 협력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청 조직에 중소상공인지원과·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해 소상공인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특화지원으로 자생력과 경쟁력 높이고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을 확대해 주민 스스로 독특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로했다. 소상공인 특별자금 확대와 부산형 제로페이 도입 등 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도 수립했다. 창업지원과 조직을 확대해 창업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 역시 강화했다. 시민 주거안정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12곳을 선정 받아 2,306억 원의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시민이 행복한 건강안전도시를 위해서는 서부산의료원 건립 및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등 공공의료벨트 구축, 건강과 복지 공공성 강화, 고리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30㎞ 확대 추진, 대기오염 및 재난 관리체계 혁신 등을 추진해 시민 행복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획도 주목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오 시장은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민행복·해양수도 기틀이 이제 어느 정도 마련됐다”며 “앞으로 일자리, 교통, 재난·안전, 출산·보육 등 시민 체감형 정책 개발과 집행에 더욱 집중하고 긴 호흡으로 지역 경제 체질을 개선해 흔들림 없이 부산발전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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