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일자리 부풀리기 희망고문 아닌가

최악의 고용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약속이 난무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열리거나 정부부처별 혁신정책이 발표되기만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새 일자리가 쏟아진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1년간 정부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에서 제시한 일자리 창출 규모는 400만개를 훌쩍 넘는다.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또는 2025년까지 누적 합산한 숫자지만 일자리 부풀리기가 도를 넘었다.

한해에 얼추 1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석연찮다. 우리 경제가 반듯하게 성장하면 한해 30만개쯤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한다. 만약 청사진대로 된다면 작금의 취업대란과 실업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보조금을 줘가면서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간만 가면 저절로 해결되니 말이다. 이게 다 최악의 고용대란에 처한 구직자에게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정부도 일부 중복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일자리위원회가 얼마 전 제시한 4년 동안 50만개 일자리 창출계획은 앞서 각 부처의 신산업육성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목표와 중복이자 재탕이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국민의 눈에는 같은 내용을 포장만 달리 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취업 대기자로서는 취업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을 공산이 있고 고용시장마저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일자리를 부풀릴수록 청년의 절망감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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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일자리 뻥튀기 관행은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고질적 병폐다. 박근혜 정부 때도 취임 1년 차에 각 부처에서 새로 만들겠다고 보고한 일자리 수가 자그마치 300만개나 됐다. 대부분 민간 일자리였지만 실상은 180도로 달랐다.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정책홍보에 매달리니 일자리 거품이 끼고 허수가 많았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민간 일자리는 정부 계획만큼 쉽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하는 방식은 과거 정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민간 일자리까지 추산하는 것이 적정한지부터 의문이다. 그저 투자액수에다 산업별 고용유발계수를 반영해 내놓은 숫자가 아닌가.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은 재정 투입으로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 숫자만 공표하고 확인도 안 되는 간접고용과 민간 일자리까지 과대 포장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뜬구름잡기식 숫자 놀음을 하기보다는 기업의 애로를 풀어줄 방안을 고민하는 게 백번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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