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아이피는 국제 무대에서 먼저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가트너(Gartner)·아이디테크이엑스(IDTechEX) 등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등재된 유일한 아시아 3차원(3D) 프린팅 기업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디컬 업계의 구글(google)’로 거듭나겠습니다.”
박상준(41·사진)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8일 서울 종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리 회사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3D 바이오 시뮬레이터 플랫폼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학에 힘을 실어준다’는 저희의 모토를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 영상의학과 교수 출신인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서울대병원에서 메디컬아이피를 설립한 후 의료 분야 의료영상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인 ‘메딥(MEDIP)’과 3D 프린팅 서비스인 ‘아낫델(ANATDEL)’ 플랫폼을 잇따라 개발했다. 같은 해 9월엔 서울대병원에서 엑시트(Exit)하면서 국내 대학병원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먼저 스핀오프(회사분할)에 성공하기도 했다.
메디컬아이피의 핵심 경쟁력은 ‘3D 의료영상 플랫폼’을 통해 정밀한 3D 영상처리부터 3D 프린팅까지 한 번에 구현했다는 데에 있다. 우선 자체 플랫폼을 통해 각 병원으로부터 2차원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얻으면, 메딥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각 장기나 신체의 구성정보를 3D 이미지로 그려낸다. 메딥 플랫폼 안에 있는 다른 의료 빅데이터를 참고해 머신러닝을 진행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보통 한 명이 렌더링(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수동으로 하는 데 수일이 걸린다”며 “그러나 인공지능에 실시간으로 ‘이 CT 영상 중에 여기가 심장이고, 다른 해부학 장비 모델을 참조하라’고 가르침으로써, 몇 초 내에 이를 3D 영상·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나온 3차원 장기·인체 이미지를 3D프린팅 플랫폼 ‘아낫델’을 통해 실물로 구현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여기서 나온 영상을 3D 프린팅할지, 아니면 영상 자체로 보유하고 있을지는 사용자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딥을 설치했다면 이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메디컬아이피는 가트너로부터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 등재되며 ‘수술 계획용 3D 프린팅 인체 장기 모형’ 참고 기업으로 선정됐다. 하이프 사이클은 특정 신기술이 시장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설명하기 위해 가트너에서 고안한 그래프 모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하이프 사이클에 등재됐다는 건 메디컬아이피가 3D프린팅 기술을 분석하는 데 있어 국제적으로 참고할 만한 곳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한다.
박 대표는 “3D 의료기술과 관련해 일관되고 정밀한 워크플로우(작업 흐름) 모델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시장에서 실현하고 있어 가트너에서도 주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아이피는 아시아 3D프린팅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와 미국 스탠퍼드대 의료3D프린팅학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가 이처럼 각종 해외 기술표준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박 대표가 서울대병원 출신 교원창업자라는 점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의 각 전문의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확보와 학술토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출발한 기업인 만큼 서울대병원 안에 기업부설연구소를 두는 등 태생 자체가 기존 메디컬테크 회사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병원의 임상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협업해 병원의 입장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15년 동안 영상의학분야에서 연구 노하우를 쌓으며 9개의 소프트웨어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던 게 창업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학부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익숙한 그였다. “연구를 진행할 때 다른 소프트웨어를 쓰다 보면 컴퓨터와 잘 호환되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 일부러 3D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들곤 했다”며 “사실 처음엔 사업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저희 연구실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