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온 반정부 언론인 피살설에 대해, 사우디가 자말 카슈끄지의 귀가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고 사우디를 압박했다.
AFP통신은 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 중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총영사관은 ‘그가 떠났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총영사관은 (보안) 카메라도 없느냐”며 “그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면 총영사관은 영상으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수사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록이나 증거를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카쇼기는 지난 2일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그의 행방을 두고 터키 측은 3일 그가 아직 사우디 총영사관 안에 있다고 밝힌 반면 사우디 정부는 이미 총영사관을 벗어났다고 맞서면서 양국 간 외교 사안으로 비화한 상태다. 사우디 측은 카쇼기 피살 보도가 나온 후에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카쇼기는 사우디 일간지 알와탄 편집국장 출신으로 사우디 지배층과 가까이 지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넘겨받은 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위험인물’로 찍혔다. 실제 카쇼기는 사우디 정권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머물러왔다.
터키 경찰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6일 전해졌다.
하지만 사우디 총영사관은 카슈끄지가 볼 일을 보고 총영사관을 떠났다고 반박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 측이 카슈끄지가 귀가했다는 주장을 펼치려면 영상 등 관련 증거를 대라는 요구다.
터키 정부도 주터키 사우디 대사를 다시 불러 수사에 ‘전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터키 NTV가 익명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그동안 여러 중동정책에서 사우디와 엇갈린 행보를 보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 후 사우디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이지만,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추진한 핵심 대외 정책의 반대쪽에 섰다.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기는커녕 카타르를 지원하며 편을 들었고, 사우디의 숙적 이란과도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