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던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에 경찰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공항공사는 역대 사장 중 절반 이상이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찰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정권마다 ‘경찰이 꿰차는 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사장 후보자 재공모를 통해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치안정감)을 제12대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공사 사장 인사는 임추위에서 추천한 인물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사 사장 자리는 지난 3월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성일환 전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자진 사퇴한 후 7개월째 공석이다. 앞서 진행된 1차 사장 후보자 공모에서 추천된 인물 중 서훈택 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노조의 반발로 낙마했다. 이후 공사는 재공모를 통해 손 전 학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공식적으로는 1차 공모에서 서 전 실장과 함께 추천된 4명과 재공모로 추천된 손 전 학장까지 5명이 후보로 올라와 있지만 사실상 손 전 학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 전 학장은 1981년 경위 특채로 경찰에 입직해 서울 강남경찰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전북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퇴직한 뒤에는 코레일 상임감사를 지냈고 20대 총선에서는 안산 단원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임추위에서는 경찰 출신인 손 전 학장을 공항의 보안과 테러 예방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사 사장 자리는 손 전 학장 이전에도 경찰 출신이 거의 독점해왔다. 경찰 출신인 7대 윤웅섭 사장과 8대 이근표 사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된 10대 김석기 사장은 ‘용산참사’ 당시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에서 물러난 뒤 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당시 용산참사 유족과 공사 직원들의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공항에서 보안 관련 업무는 전체 업무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데 매번 경찰 출신이 공사 사장 후보로 오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기간의 사장 공백으로 신공항 건설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어 직원들이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항공사 12대 사장은 이달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