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전면전 선포했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에 고민 깊은 중국

무역전쟁에 증시·위안화 급락 등 내상 깊어져

경기 하강하고 있지만 큰 폭 금리인하도 어려워

중국 증시 주요 지수가 국경절 연휴(1∼7일) 이후 첫 개장일인 8일 폭락하면서 ‘블랙 먼데이’를 맞은 가운데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가 주가지수 그래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중국 증시 주요 지수가 국경절 연휴(1∼7일) 이후 첫 개장일인 8일 폭락하면서 ‘블랙 먼데이’를 맞은 가운데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가 주가지수 그래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얕보이기 싫어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증시 급락, 위안화 급락, 해외 자본 유출 등의 내상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이 내주 펴낼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엄포를 놓았던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중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8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때 6.9377까지 급등하며 7위안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위안화 환율이 불안 양상을 보인 지난 8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간밤 중국 외환시장에서도 위안/달러 환율은 6.9333까지 치솟았다. 9일 오전 역외·역내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여전히 6.92∼6.93대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9% 오른 6.9019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6개월간 달러 대비 9%나 떨어졌다. 이같은 위안화 약세는 미국이 경기 호조세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데다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으로 신흥국 통화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치열해진 미중간 무역전쟁에 해외 자본이 중국을 탈출하고 있는 게 위안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던지면서 중국 증시도 하락 추세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 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종가보다 3.72% 떨어진 2,716.51로 거래를 마쳤다. 선전거래소의 선전성분지수와 창업판지수 역시 4.05%, 4.09% 급락 마감했다. 또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의 우량 대형주 주가 동향을 나타내는 CSI300도 4.30% 폭락했다.

관련기사



중국으로선 위안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 이탈을 막으려면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때리고 경기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정책금리 인상 카드는 꺼낼 수 없는 처지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이유로 2019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1%로 0.2% 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경기 방어를 위해 유동성을 대거 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1% 포인트 내린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1조2,000억위안(약 19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4,500억위안은 시중은행이 이달 만기인 단기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쓰이며, 나머지 7,500억위안은 금융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더 큰 폭의 정책 금리 인하는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딜레마다. 과도한 위안하 평가절하는 대규모 자본 이탈을 초래해 가뜩이나 올해 폭락장세를 보이는 중국 증시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내주 환율보고서를 발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실제 지정할지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중국 정부가 보유 달러를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징적인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의 환율 사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중국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환율정책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반기 환율보고서를 내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세 항목 모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두 항목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정가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