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언론에서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언론친화적)’라고 썼던데 ‘F’ 발음이므로 ‘후렌들리’가 맞다”고도 했다. 과하면 탈이 난다는 말은 이 위원장에게 딱 들어맞는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그는 떼놓은 당상 같았던 초대 국무총리 자리를 날려버렸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는 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MB표 영어몰입식 교육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원어민 교사 예산은 싹둑 잘리고 수능영어를 대체하겠다며 37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백지화됐다. 청와대가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교육부는 수능영어를 아예 쉽게 출제하겠다고 보고했다. 2014년에는 수능영어의 선택형 제도를 없애더니 이듬해에는 절대평가 전환 계획을 내놓았다. 선행학습금지법이 제정된 것도 이즈음이다. 초중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방과 후 수업에서도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제도인데 영어가 표적임은 물론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에 출석해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기겠다고 하더니 학부모 간담회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깜짝 발언에 교육관료조차 당혹스러운 눈치다. 정책 뒤집기인데다 선행학습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에 올린 정책 하나하나가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덜컥수’ 연발이다. 정책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밟아가야 함은 정책 결정의 ABC다. 행정부의 입법과정은 의원입법과 천양지차다. 선거유세 하듯 선물 보따리를 줄줄이 푸는 모습을 보노라면 부처 수장이라기보다는 영락없는 정치인이다. /권구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