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伊 국채금리 4년래 최고 '그리스' 악몽 유럽 덮치나

10년물 3.6% 재정위기 우려 심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배 높인

방만한 예산안이 국채 줄매도 불러

유로화 가치·유럽 증시 동반 하락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중국 위안화 약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지난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재연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장에 유럽발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포퓰리즘 정권에서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된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그 여파로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탈리아 재정적자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8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4년여 만에 최고치인 3.568%를 기록했다. 9일 장중에도 3.647%까지 뛰며 급등세를 지속했다. 이탈리아발 위기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위안화 약세로 가뜩이나 불안한 유럽시장 전체에 압력을 가했다. 유로화 가치는 8일 달러화 대비 0.4% 떨어졌으며 이날 이탈리아 대표 주가지수인 FTSE MIB가 2.4% 이상 급락한 것은 물론 독일 DAX지수와 영국 런던 FTSE100지수도 각각 1.36%, 1.16%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동반 하락했다.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는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전임 정부의 계획(0.8%)보다 3배 높은 수준인 2.4%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촉발됐다. 유럽위원회(EC)는 이 계획에 대해 “우리가 권고한 재정 경로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심각한 우려의 근원”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8일 기자들에게 “유럽의 적은 브뤼셀(EU 본부)에 봉인돼 있는 그들”이라고 비난하며 “긴축재정 압박으로 유럽에 공포와 일자리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고 반발해 EU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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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방만한 예산과 EU와의 갈등은 투자자들의 이탈리아 국채 줄매도를 부르며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불을 지피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달 말 이탈리아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선다며 “무디스는 이미 등급 강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S&P와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한 계단 떨어뜨리면 이탈리아 등급은 정크본드 바로 한 단계 위에 머물게 된다. 에릭 닐슨 유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의 투자등급 상실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맞춰 (이탈리아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국채 매각이 심화하면서 ‘파멸의 올가미(doom Loop)’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재정이 취약한 정부를 위해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인 은행권이 부실해지고 이런 은행들을 지원하다 정부 재정이 다시 취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WSJ는 이탈리아 국채 가치 하락은 이미 자국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한 이탈리아 은행들을 미래의 금융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잠식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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