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단독]에잇세컨즈, 中 오프라인 철수

상하이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

사드 직격탄 맞은 매출 회복실패

올 7월 개점 2년 만에 폐점조치

중국 내 온라인으로 전략 변경

이달 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출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돌파구 마련

1015A18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 진출 일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 seconds)’가 중국 진출 2년 만에 적자에 허덕인 끝에 결국 하나뿐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접었다. 중국 및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명에도 ‘8(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과 붉은 색을 넣으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SPA 산업, 온라인 시장의 부상, 사드 보복에 막혀 ‘8초 만에 중국인을 사로 잡겠다’는 뜻을 펼치지 못했다.

9일 중국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패션 중심가인 화이하이루에 2016년 9월 문 열었던 에잇세컨즈의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총 면적 3,630㎡·1,100평)가 지난 7월께 문을 닫았다. 사드 이슈로 매출 충격을 겪은 뒤 매출 회복에 실패한 가운데 대규모 매장 운영에 드는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중국 내에서는 티몰 등 온라인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잇세컨즈의 중국 전체 철수는 아니다”라며 “올해 초부터 중국 내에서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와 유통 다변화(온라인 몰·편집숍 입점) 등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법인 철수설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에잇세컨즈 외에 운영중인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와 ‘빈폴스포츠(옛 빈폴 아웃도어)’ 모두 매장 개수가 매년 늘어나며 유통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있는 상황”이라며 “두 브랜드에 힘입어 중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보다 10% 이상 신장했으며 올해 말에도 지난해보다 15% 이상 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제일모직 시절인 1998년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2005년 ‘빈폴’, 2010년 ‘엠비오’, 2012년 ‘빈폴스포츠’ 등을 잇따라 론칭했다. 에잇세컨즈는 중국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내놓는 5번째 브랜드였다. 하지만 빈폴, 엠비오에 이어 에잇세컨즈까지 휘청이며 중국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글로벌 SPA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12년 브랜드 론칭 단계부터 제품 디자인, 매장 콘셉트까지 특별 관리한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간호섭 한중패션산학협회 이사장은 “중국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중국 시장도 이제 글로벌 시장이라고 봐야 한다”며 “경쟁자가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SPA브랜드가 된 만큼 제품력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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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는 국내에서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에잇세컨즈의 국내 매출은 약 1,800억원으로 토종 SPA 브랜드 가운데 이랜드의 스파오(약 3,000억원), 후발주자인 신성통상의 탑텐(2,000억원) 등에도 밀리고 있다. 1위인 유니클로(1조2,300억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에잇세컨즈는 국내에서 매장을 늘려가며 지난 9월 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을 10% 이상 늘리고 있지만 아직 영업 손실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부진에 대해 국내에서 SPA 브랜드 사업 자체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이제 더 이상 대형 패션 브랜드에서 일괄적으로 내놓는 제품에는 끌리지 않는다는 것. 온라인 인디 브랜드들이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내놓는 제품들에 소비자들이 1위인 유니클로가 트렌드에 민감한 자매 브랜드 GU를 최근 국내에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같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10월 말께 패션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추가하며 패션 일변도의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계획이다.
/변수연·이수민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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