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18일간 이어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점거농성을 풀고 이번주부터 원청회사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 교섭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4년을 끌어온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논란에 이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가 또 불거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사측이 제시한 특별채용 조건에 반발해 서울고용청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측과 원청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가 대등하게 직접고용 조건을 협상하도록 틀을 마련한다”는 고용부 중재안을 받아들여 지난 7일 농성을 해제했다. 2004년 고용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현대·기아차 사내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정했고 2007년 법원 판결도 같았다. 사측은 이후 특별채용안을 제의했는데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중단과 근속·체불임금 포기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이다. 고용부는 노사 교섭을 중재하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와 고용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안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도 내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만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다 해도 구체적인 고용 방식은 어차피 노사가 또다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논란과 판박이다. 지난해 6월 정치권에서 파리바게뜨 불법고용 논란이 불거지자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가맹점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원청이 직접 고용하고 미지급 임금 11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패했고 노사 협상 끝에 본사가 51%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제빵사를 고용하는 내용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조가 노사 교섭 대신 정부 사무실에서 농성하며 고용부를 압박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사측이 특별채용안을 제시했음에도 비정규직 노조가 ‘최고경영진 사법처리’ 같은 비현실적 요구를 앞세워 애당초 합의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매년 국내 주요 기업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끊임없이 터지면서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법파견의 기준을 명확히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어디까지를 합법적 사내 하도급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 판례 등을 토대로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현장에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