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中 환율전쟁 조짐]위안화 반년새 10% 곤두박질...'므누신의 경고' 현실로

美 "위안화 임계점 넘어서면 무조건 환율조작 간주"

환율보고서 받아들 트럼프, 쌓였던 분노 터뜨릴수도

위안화 절하로 美관세폭탄 상쇄하려던 中 진퇴양난




“구조적인 이유든, 아니면 실제 시장 조작이든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한다면 이는 환율 조작입니다.”

지난 8월28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다면 그 배경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탱하기 위한 중국 금융당국의 고육책이든, 아니면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를 환율 조작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임계 수준을 넘어선다면 무조건 이를 환율 조작으로 보겠다는 사실상의 ‘일방적 선언’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눈은 오는 15일(현지시간)을 전후해 발표될 예정인 미국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에 쏠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지난 6개월에 걸쳐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위안화 가치 하락)을 그동안 참아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하며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뜨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5월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장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당시 달러당 6.2위안 수준이던 위안화가 9일 6.9위안을 오르내리며 6개월 사이에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어떤 이유에서든 위안화 가치 급락을 환율 조작으로 보겠다는 미 재무부 수장의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미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를 초과하거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어서는 것, 연간 달러 순매수 수준이 GDP 대비 2% 초과하는지 등을 따진다. 이 세 가지 요건 중 두 가지가 충족되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고 모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과 같은 의미인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분류된다. 4월 재무부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은 이 중 한 가지에만 해당돼 환율조작국 낙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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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선에 바짝 다가섬에 따라 중국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가뜩이나 무역전쟁 여파로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환율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당분간은 상징적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 사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시장 개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지정 경고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중국 당국 입장에서 문제는 위안화 환율정책이 중국으로서는 ‘양날의 칼’이라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전쟁의 충격파를 완화하려면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곧바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빌미를 주게 된다. 그렇다고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환을 대거 내다 팔아 위안화를 사들인다면 자칫 2015~2016년 중국 경제를 강타했던 달러화 대량 유출 사태의 도화선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자본유출 방지, 환율 안정성 유지와 경기 둔화 방지라는 병립하기 힘든 정책 사이에서 중국 정부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인민은행이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위안화 약세 압력을 키운 점도 미국이 탐탁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용인해 미국의 관세 폭탄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중국에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신흥국들도 미중 환율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미국이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기존의 예상보다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중국 경제 못지않게 신흥국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난 뒤 개장한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영향을 받아 8일 0.15% 하락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마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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