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첫 융복합 연구개발(R&D) 과제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구글 글라스’ 같은 안경 형태의 제품보다 훨씬 편리한데다 더 넓고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안구에 직접 닿아 신체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눈물을 통해 혈당치를 확인하고 눈의 움직임으로 동력도 얻을 수 있다. 시력 교정은 말 그대로 기본이다. 무엇보다 시계·안경·의류 등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웨어러블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세대 기기로 손꼽히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올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370억달러에 이르고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장은 향후 4년 동안 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나 의료 산업계를 중심으로 융합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가 심했는데 최근 규제 완화 분위기가 확산 중인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4년 혈당의 변화를 알려주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제품을 공개했다. 렌즈 안에 놓인 두 장의 막 사이에 아주 얇은 무선 칩과 혈당 측정 센서, 안테나,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트 등이 들어 있다. 당뇨 환자가 이 렌즈를 착용하면 눈물 성분을 실시간 분석해 혈당의 변화를 알려준다. 구글은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와도 협업 중이다. 지난해 4월 관련 연구에 1만명의 임상 실험 대상자를 확보 및 등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채혈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은 고통이 따르고 실시간 측정이 불가능했다”면서 “구글 제품이 시판되면 이 같은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증강현실(AR)을 위한 콘택트렌즈 특허를 출원한 후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눈 깜빡임만으로 동영상 녹화, 사진촬영은 물론 저장·재생까지 시켜주는 콘택트렌즈 특허를 출원했다. 애플 역시 아이폰과 연계해 AR을 즐길 수 있는 제품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LG, 규제 완화 분위기 타고 맹추격=LG의 경우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관련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다. LG전자(066570)를 비롯해 LG화학(051910) 생명과학사업본부, LG이노텍(011070) 등이 스마트 콘택트렌즈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이노텍은 구글 스마트 콘택트렌즈 사업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국내 규제가 융합 의료기기 분야에서만큼은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LG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달 진행된 4차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융합 의료기기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하며 당뇨 렌즈를 예로 들었다. 그간 당뇨 렌즈와 융합의료기기는 의료기기와 의약품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상용화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에 상설 기구를 만들어 기술개발 단계부터 사전 상담 등을 통해 인허가 과정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이 과정에서 당뇨 환자를 위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인허가 간소화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융복합 연구 성과 쏟아질 것”=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현재 융복합 연구개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외에도 9개에 달하는 굵직한 융합 과제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호의 미래 먹거리 공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발을 위해 LG전자가 주도권을 잡고 계열사 간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부문 발굴을 위해 최근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인력 200여명도 투입됐다. LG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구광모 체제 출범과 LG사이언스파크 가동이 맞물린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강하다”며 “이미 알려진 수준의 기술이 아닌 신기술 분야 성과도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양사록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