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나. 경치가 좋다고 알려지면 금세 사람이 찾아 조용하지 못하게 되니 한적하면서 절경인 곳을 손꼽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가 아니다. 인공위성이 찍은 밤 사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에 불빛이 없는 곳은 없다. 그만큼 도시화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경치가 좋은 곳은 일반인들도 대부분 아는 만큼 경치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을 찾는 게 옳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문경 대야산(大耶山, 930.7m)이다.
문경 하면 사람들은 새재를 먼저 떠올린다. 문경새재가 지난 2015년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 1위에 선정됐을 만큼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파로 북적인다. 하지만 문경 서쪽의 가은읍 완장리에 있는 대야산은 새재에 비하면 인적도 뜸하고 경치는 훨씬 빼어나다. 대야산은 완장리 선유동에서 시작한다. 이 산은 충청북도 괴산과 경계를 이루는데 괴산군에도 선유동이 있다. 대야산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괴산 선유동과 문경 선유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두 곳을 비교하자면 문경 선유동은 괴산 선유동에 비해 계곡이 넓고 규모가 큰데다 수량이 많은 편이다. 대야산을 처음 찾은 것은 1981년이었는데 그때는 괴산도, 문경도 첩첩산중이었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시외버스로 출발해 괴산군 송면리에 도착하니 사방이 어둑어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낸 다음 대야산을 넘어 문경으로 가며 원시(原始)의 날 것 같은 풍광에 넋을 놓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의 기억을 품고 찾은 대야산은 여전했다. 대하산(大河山)이라고도 불리는 대야산은 그 이름에 걸맞게 7부 능선까지도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 이어진다. 대야산 선유동 계곡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 ‘대야산 아래 내선유동’이라고 기록한 바 있고 바위에는 ‘선유동’이라는 글씨도 새겨져 있을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1.7㎞ 길이의 계곡에는 하얀 암반이 이어지고 그 위로 유리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용추폭포다. 하트 모양을 한 모습이 절경인데 30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처음 본 폭포의 절경에 반해 2박3일간 야영을 하기도 했다. 다만 그때는 산새들이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손만 뻗치면 산다래를 따 먹을 정도로 숲이 우거졌었는데 지금은 폭포 바로 아래까지 민박집이 들어서 그 변화가 안타까웠다.
대야산에서 시내로 나오는 길에는 문경시가 새로 조성한 테마파크 ‘에코랄라’가 있다. 에코랄라는 문경시가 가은읍 옛 석탄박물관 일원에 조성한 문화콘텐츠 테마파크로 2일 개장했다. 에코랄라는 백두대간의 생태자원·녹색에너지와 영상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테마파크로 기존의 문경석탄박물관·가은오픈세트장·모노레일 등을 포함해 90만㎡ 규모에 에코타운과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새로 조성했다. 테마파크의 이름은 ‘에코(echo·생태)와 ‘룰루랄라’라는 의성어를 합친 것이다.
에코랄라는 총예산 1,119억원을 투입했는데 생태전시관 에코서클의 천장에는 360도 대형화면을 설치go 환상의 숲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영상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주인공이 돼 영화를 촬영·제작할 수 있다. 또 자이언트 포레스트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모험 미션’을 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으며 로프 시설, 출렁다리, 정글짐, 물 과학 놀이터, 물놀이 공간 등을 조성해 놀이와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용요금은 성인 기준 1만7,000원인데 문경시민은 50%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 가능하다. 개장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글·사진(문경)=우현석객원기자
△산행코스 : 벌바위버스종점 → (1.2㎞, 20분) → 용추 → (1㎞, 25분) →월영대 → (1.5㎞, 50분) → 밀재 → (2㎞, 1시간) → 정상 →(1㎞, 15분) → 건폭 → (2㎞, 1시간) → 피아골경유 월영대 →(1.2㎞, 20 분) → 용추(약 11㎞ 거리에 5시간 안팎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