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국내외 군함들을 사열한 자리에서 해군기지 문제로 오랜 기간 갈등을 겪었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힘든 시기를 보내온 강정마을 주민들을 보듬고, 이념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화해와 평화의 길에 나서는 모습을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이번 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린다는 것이 알려지자, 해군기지 찬반 문제로 홍역을 치러 온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정부 내에서도 부산·진해 등 제주 외의 장소에서 관함식을 여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에도 강정마을 기지반대주민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해군기지 앞에서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관함식을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도 강정마을 바로 앞에서 관함식을 개최한 데에는 정부가 상처 치유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관함식을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관함식에 꼭 참석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언급했다”며 “참여정부 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문제가 처음 결정됐고, 주민들이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은 만큼 이를 치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도민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며 “오늘 관함식은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될 것이다. 지역주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취임 이후 강정마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후에는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별도 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로 했다.
아울러 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린 데에는 국방력 강화가 곧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저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닌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제주도의 평화정신이 군과 하나가 될 때 제주 국제관함식은 인류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비핵화 논의 진전 및 남북 군사긴장 완화 조치 등으로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튼튼한 국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문 대통령은 군을 향해서도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해군이 됐으면 한다”, “강한 국방력은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온다”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평화를 이뤄내기 위해서 ‘강한 안보’도 중요하지만, 그 밑바탕은 군 내부의 개혁 노력이며 군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