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지분 블록딜에 모집액보다 5배나 많은 수요가 몰렸다. 삼성화재(000810)와 삼성전기(009150)가 내놓은 지분 3.98%를 사기 위해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장기 투자를 하는 국부펀드와 연기금이 대거 참여했다. 삼성물산 블록딜이 흥행에 성공한 데는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거래가격도 블록딜의 주가 할인율(당일 삼성물산 종가의 5~8%)의 하단인 5%로 최소화해 성공적인 거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장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만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마지막으로 끊는 딜이었던데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본 장기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미래 가치가 높다고 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할인율에도 투자할 만한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대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씨티증권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블록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 씨티증권을 이끄는 박 대표는 29년째 IB 업계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씨티증권은 하이마트 매각, MBK의 홈플러스 인수, 우리투자증권 6개 계열사 동시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IPO, 제일모직 IPO,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등 굵직한 딜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깊게 관여하며 블록딜 5건 중 4건을 전담했다.
그동안 씨티증권이 원하는 대로 딜을 따내거나 모든 딜을 다 성사시켰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시행착오나 좌절한 적도 많았다”며 “그러나 기본을 다지며 단단해지는 계기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M&A 딜의 성사율은 30% 미만. 고객 관계를 위해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주관했던 딜도 있다. 그러나 실패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단단한 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함을 클라이언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직률이 상당히 낮아 최소 10~20년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우리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IB는 자본금 규모보다는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국내 IB들도 인수금융·부동산금융 등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시진·임세원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