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때아닌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수사와 사법농단 수사에 검사들을 있는 대로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사건 관련자들의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찰 전체 사건 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사건 처리 지연세가 확연했다. 검찰 접수 사건 중 처분 사건 비율을 따져보니 2016년 8월 68.6%, 2017년 8월 68%였던 것이 올해 8월에는 64.9%로 2년 새 3.7%포인트 감소했다. 사법농단 수사를 전담해온 중앙지검만 살펴보면 감소세는 2년 새 5.4%포인트로 더욱 컸다.
이 가운데 민생범죄가 대다수인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해온 사건의 처리 속도도 늦어지는 모양새다. 올해 1~8월 경찰 송치 사건의 전체 처분 수는 73만7,394건으로 2016년에 비해 16% 감소했다. 특히 기소한 사건 수만 살펴보면 2016년보다 18%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사건에 검사들을 대량 투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법농단 수사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1~4부와 방위사업수사부가 투입돼 있으나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 열댓명도 비공식 파견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재판에 넘긴 적폐수사의 공소유지에도 인력이 적지 않게 쓰이고 있다. 통상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도 서울에서 열리는 재판에는 참석하는 실정이다. 문무일 총장 취임 이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다스 비자금 의혹 등 고발사건 수사팀, 검찰 내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등 전담수사팀을 연이어 꾸린 것도 일선 검찰청의 인력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러한 수사에 차출되는 검사들은 중견급의 실력 있는 검사여서 남아 있는 검사들의 업무 부담은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것 이상이라는 전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방 지검이나 지청의 경우 검사 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차출된 검사가 맡고 있던 사건들이 재배당되면 다른 검사들의 사건 처리 부담이 확 커진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법원에서는 형사재판이 급감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중앙지법은 최근 형사단독재판부를 폐지하고 영장전담재판부를 2곳으로 늘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원 통계를 보면 지난 7월31일 기준 형사단독재판부 담당 단독사건은 4.3%, 일반정식청구사건은 29.3% 감소했다”며 “상대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신청사건은 16% 증가했으며 구속영장심사 신청사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말했다.
일반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형사 사건 피의자는 물론이고 고소·고발에 관계된 사람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 의원은 “적폐수사를 검찰이 독식하려다 보니 사기 등 민생사건 처리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일부 적폐사건은 경찰에 넘기는 등 각 검찰청을 역량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