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루기 바랍니다.”
꽃다운 나이인 21세에 세상을 떠난 사관생도 아들을 가슴에 묻고 눈물 흘린 지 31년. 51세 장년에서 84세 노년으로 변한 아버지가 아들의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 1억원을 내놓았다.
고(故) 이상엽 소위 아버지인 이승우(84)씨의 기억 속 아들은 기쁨 그 자체였다. 어릴 적부터 성적은 물론 성격도 좋았던 고 이 소위는 지난 1984년 육사 44기로 입교하고도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생도 1학년 때부터 우수생도로 뽑혀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 파견되는 영예도 안았다.
조국의 명예를 걸고 온 힘을 다해 공부했으나 안타깝게도 생도 2학년 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위암 판정을 받고 세계 최대 군병원인 월터리드육군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1987년 세상을 떠났다. 사후 육군 소위로 추서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부친 이승우씨는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을 꼬박꼬박 모았고 아들이 중고교 시절 저금통에 모아뒀던 용돈까지 더해 1억원을 기금으로 마련해 육사에 전달했다. 이씨는 “아들의 못다 한 꿈을 후배 생도들이 이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육사 44기 동기회에서 매년 현충일이면 잊지 않고 상엽이를 위해 묘소에 꽃다발을 가져다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