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차등의결권 둘러싼 여권의 자중지란 한심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차등의결권 도입이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차등의결권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데다 시민단체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역행하는 강령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반쪽 입법’으로 마무리된 인터넷은행특례법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차등의결권은 기업들의 최대 현안인 경영권 안정을 위해 특정 주식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일본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과 홍콩까지 앞다퉈 허용하는 것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자국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여당이 뒤늦게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차등의결권 허용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벤처기업 창업주라고 특별히 우대할 이유가 없다거나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 특혜니 강령 위반이니 하는 해묵은 반대논리가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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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민주당 집권 이후 대기업 특혜라는 말만 나오면 정책이나 제도가 뒤집어지거나 흐지부지되는 판국이다. 인터넷은행도 그렇거니와 대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활력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처럼 기업 규모를 잣대로 사사건건 차별하다 보니 집권당의 ‘대기업 패싱’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은 이왕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겠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해 벤처생태계는 물론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시대착오적 인식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도 규모를 이유로 차별당하는 일이 없는데 국내 대기업만 차별받게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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