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폭락에 국내 증시마저 급락하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급격히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제 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커진 탓이다. 그렇다고 상장 일정을 마냥 미룰 수도 없어 증시가 회복되기만을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청약 일정을 잡은 기업이 7개 업체에 이른다. 통상 하반기에 IPO가 몰려있는데 9월에는 추석 연휴가 있어 미뤄지는 바람에 청약이 몰리게 됐다. 지난주 기관의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6~17일 일반 청약에 나서는 옵티팜을 비롯해 로보티즈(17~18일), 프라코(22~23일), 노바텍·엘앤씨바이오(23~24일), 대보마그네틱(25~26일), 셀리버리(29~30일) 등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연말까지 30여개 기업이 상장 대기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갑자기 위축된 시장 상황이다. 미국 증시가 10~11일(현지시간) 이틀간 5% 안팎으로 하락하며 국내 증시도 11일 유래 없는 낙폭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투심은 완전히 쪼그라든 상태다. 12일 국내 증시가 하루만에 반등했고, 미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시장 분위기가 좋았을 때면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일정을 미루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뜻하지 않게 상장 일정을 미룬 것이 다행인 상황이다.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당초 오는 18~19이 수요예측을 하기로 했으나 이를 다음달 1~2일로 변경했다. 일반 청약도 마찬가지로 이달 24~25일에서 다음달 7~8일로 연기됐다. 자연스럽게 11월 초 증시 입성 계획도 중하순으로 밀렸다.
최근 증시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기간정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라는 특성상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CJ CGV베트남홀딩스는 베트남 영화사업 법인을 자회사로 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그동안 SPC가 국내 증시에 여러 차례 상장했지만 BVI에 세워진 SPC의 상장은 처음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상장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면서도 “최근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조금은 쉬어갈 수 있어 다행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